[행복한 교육] 권력자들의 폭력·부정, 더 엄격한 법 적용해야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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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3 07:39  |  수정 2023-03-13 07:43  |  발행일 2023-03-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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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왜 없는 것들은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한 대사라고 한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사필귀정,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등은 어릴 때부터 우리가 수많은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배운 진리이다. 그래서 학교는 '참되어라 바르거라'하고 가르친다. 그런데 근래 일어난 몇 가지 사례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세상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교사인 나로서는 몹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그중 하나는 한동훈이 장관으로 있는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두고 드러난 학교폭력의 적나라한 실태이다. 피해자가 고통으로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목숨까지 끊으려 했음에도 학교폭력 가해자는 서울대, 그것도 철학과에 입학했다. 등장인물 모두는 서울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순신과 같은 똑똑한 법기술자들은 법을 이용해서 교육을 무참하게 농락했다. 나는 오랫동안 나름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학생인권과 교사들의 교권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피해자 편에 서면서도 가해 학생들도 성장 과정에 있으니 최소한 회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생기부에 기록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오히려 법적 소송만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정순신 사태를 보면서 결국 학벌, 부, 권력을 가진 자들의 폭력이나 부정은 막아낼 수가 없다면 더 엄격한 법 적용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짓을 해도 가진 자들이 잃을 것은 기껏해야 정순신처럼 자리를 잃을 뿐이다. 학교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왜 교사들이 그렇게 나약한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부나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억울함을 견디며 사는 것일 뿐이다. 아니면 드라마처럼 복수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세상은 혁명을 통해서도 바로잡히지 않고, 민주주의나 선거란 것도 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렇게 말하니 참 비참해진다. 내 생각이나 감정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가 겪은 수많은 고통이 결국 우리가 못난 탓이라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 탓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학교에서는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침략국이며 전범 국가라고 가르쳐온 교사들에게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침략"이라고 가르치고,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은 침략자이자 가해자인 일본에 대해 이제는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으니 일본의 잘못을 묻지 말라고 한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해버리면 교사인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충격은 일제강제징용 피해 당사자들이 어렵게 재판을 통해 개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음에도 판결의 내용과 다르게 국익과 미래, 발전을 위해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가해자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묻지 말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돈을 줄 테니 이제 그만 돈이나 받으라고 한다. 대통령은 자신을 욕하라고 하고, 어느 도지사는 친일파가 되어도 좋다고 말한다. 피해자들과 국민에 대한 2차 3차 가해다. 모욕이다.

3월, 봄꽃이 피고, 희망에 부풀어야 할 시기에, 일제의 침략을 돌아보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르쳐야 할 시기에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믿어 왔던 가치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배움이 깡그리 뒤집혀버린 현상을 직면하고 있다. 그렇지, 우리가 우리가 아니지? 우리는 그저 나쁜 사람 벌 받고 착한 사람 복 받는다거나 선함이 악함을 이긴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으며 성실히 공부하고 일해 왔던 없는 것들이었다. 세상이 이러니 종교마저도 부와 권력을 좇고, 권력자 대통령이 '민중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여당 대표가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는 말이 신념이라고 말해도 되는구나! 그러니 교사들은 피해자도 자꾸 쪼잔하게 굴지 말고 사과 같은 건 바라지 말고 먼저 스스로 통 크게 가해자를 용서해야 하고 눈앞의 이익, 미래, 국익만 생각하라고 가르치라는 말인가? 그래 까짓 교과서도 다 뜯어고쳐라.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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