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民心 외면하는 軍心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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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6 07:36  |  수정 2023-03-16 07:38  |  발행일 2023-03-1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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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영기자〈경북부〉

지난해 7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대구 도심의 국군 및 미군 7개 부대 통합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 대상은 육군2작전사령부·5군수지원사령부·50사단·공군 방공포병학교 등 국군 4개 부대와 캠프워커·헨리·조지 등 3개 미군 부대다. 대구시로선 군부대 이전이 진행되면 후적지 개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기형적 도시발전의 오랜 족쇄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군부대 이전지 역시 인구 소멸을 막고 쇼핑·문화·체육 등 복지시설을 갖춘 복합 밀리터리타운 조성에 따른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문제는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나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긍정적 답변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당시 장관의 답변은 경북 지자체 간 과열 경쟁만 부추긴 모양새가 됐다.

현재 유치를 희망하는 도내 5개 지자체의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지역이 군부대 이전에 최적지라며 핏대를 세우고, 자치단체장이 갓바위에 올라 절을 하며 유치를 기원하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요 교차로나 도로에는 군부대 유치에 최적지라는 홍보 현수막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으니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지출도 무시하지 못할 일이다. 이러한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되지만, 국방부는 아직 이전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다, 하지 않는다' 명확한 입장 표명조차 없이 시간 끌기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올 2월 국방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대체 후보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며 지자체의 의견을 적극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 비해 많이 물러선 모양새다.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을 할지 말지조차 정해진 것이 없다는 의미가 아닌지 걱정이다.

국방부가 지역 분열과 갈등,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과열 경쟁을 벌이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경쟁에서 탈락한 지자체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먼저 이전 사업을 할지 말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한다면 구체적인 일정과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까진 이전을 희망하는 민심과 국방부의 온도 차가 커도 너무 크다. 민심(民心)을 외면하는 군심(軍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의 빠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마준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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