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청바지와 청재킷…작업복~반항아 '청청패션'…푸른 빛 매력에 빠지다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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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08:27  |  수정 2023-03-24 08:32  |  발행일 2023-03-24 제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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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샤넬 패션쇼의 데님 패션.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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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청청패션이 최근 몇 년 동안 주목받고 있다. 패션에는 많은 품목과 원단의 종류가 있지만, 그중 인디고 푸른 빛의 청바지만큼 수많은 의미와 이미지,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한 품목은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돌이켜보면 여러 패션 광고 중 청바지 광고들 중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례로 손꼽히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Levi's)에 따르면 1873년 5월, 청바지가 탄생한 역사적인 날이라 한다. 이전에도 청바지는 두툼하고 힘 있는 원단으로 내구성이 좋아 광부 작업복 등으로 사용되었지만, 청바지 주머니 모서리를 튼튼하게 고정하기 위한 금속 리벳(rivet)을 적용한 것이 공식적으로 특허를 받아 현재 전형적인 청바지가 탄생한 것은 이 시기이다. 이후 오렌지 브라운 색의 굵은 스티치, 뒷주머니의 아치형 스티치, 벨트 고리 등으로 디자인은 개선되었고, 1890년 특허 종료 후 다른 업체들도 리벳 등 스타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청바지의 원단인 청, 영어로는 블루 데님(denim)은 원단 제직과정에서 흰색 씨실과 인디고로 염색된 날실로 구성되어 원단 겉과 안쪽의 색이 다르다. 데님은 푸른색 유기염료인 인디고 염료로 염색하는 것으로 고대부터 인도에서 그리고 중국, 일본, 페루, 영국 등지에서도 사용되었다. 비교적 쉽게 염색되었지만 색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점이 있었고, 이후 합성 인디고가 개발되었다. 데님은 후처리로 보다 다양한 색감과 재질, 표현 효과를 낼 수 있고 그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도 연출할 수 있어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후처리를 전혀 하지 않은 진한 데님은 차분하고 정장의 느낌을 낼 수 있고, 폴리우레탄과 혼용하여 신축성 있는 데님으로 밀착된 실루엣도 가능하며, 워싱 가공이나 사포로 문지른 효과(distressing)의 데님은 낡은 빈티지의 거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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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청청패션
데님으로 만들어진 청바지는 작업복뿐 아니라 서부 카우보이, 할리우드 반항아, 하위문화, 록스타, 자유로운 젊음, 고급 패션 등 전반적으로 채택되고 확장되어 왔다. 거친 작업복이었던 청바지는 1920~30년대 존 웨인과 게리 쿠퍼 등 멋진 외모의 카우보이 스타일로 연출된 배우들을 통해 매력적인 남성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일조를 하였고, 여성들도 미국 서부의 웨스턴 이미지를 캐주얼하게 적용한 스타일로 청바지를 착용하였다. 그리고 데님은 타 품목에도 적용되어 디자이너 클레르 맥카델(Claire McCardell)은 1942년 팝오버(Popover)라는 이름으로 여성복 원피스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공식 특허 받은 주머니 모서리 금속 리벳
찢고·낙서…내면의 분출하는 마음 표현
스타 광고 통해 인기·명품 브랜드서 도입
물없는 염색·생분해성 섬유…친환경 변모

1950년대, 즉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산업성장 속 사회 분위기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항심은 외적 표현으로 청바지와 연관되기 시작하였고, 청바지를 입은 말런 브랜도와 제임스 딘의 거칠고 반항적, 반체제적인 이미지는 젊은 세대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와 메릴린 먼로는 발목 위 길이와 좁은 일자형 청바지를 착용한 모습으로 캐주얼하고 발랄한,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성을 확대하였다. 1950년대의 다소 포괄적인 청춘, 젊은 세대의 반항적 이미지에서 1960년대 청바지는 좀 더 깊이 있게 반문화를 상징하게 되었다. 1960~70년대 히피족은 반체제적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이 대두되었던 70년대에는 사회적 성 평등을 청바지를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였다. 또한 1970~80년대 펑크족은 찢어지고 페인트로 낙서한 청바지와 청재킷을 통해 내면에서 분출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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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청바지를 착용한 여성들.
패션디자이너 브랜드가 대중적으로 선보인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에는 고급 패션브랜드의 창의적 디자이너들이 데님 원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의 대표적 디자이너인 캘빈 클라인은 1976년 청바지를 패션쇼에 선보였고, 1978년 캘빈 클라인 진스(Jeans) 브랜드를 론칭하였다. 1980년대는 청바지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대중들의 시선을 끈 광고를 내보였다. 세기의 미녀 브룩 실즈의 도발적인 모습의 캘빈 클라인 광고와 당시 슈퍼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의 게스(Guess) 브랜드 광고는 전통적 청바지 이미지인 리바이스를 뒤로 하고 새로운 매력의 청바지를 제시하였다. 이후 1990년대 이후 돌체 앤 가바나, 샤넬 등 명품 브랜드에서도 청바지를 도입하여 이제 청바지는 단순히 하위 문화적 캐주얼 품목이 아니라 믹스 앤 매치(mix & match) 연출과 원단 가공, 디자인 개발로 그 수용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2000년대 들어 청바지를 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청바지 이미지와 함께 그 생산과정과 영향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청바지 원단인 면은 친환경적 소재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는 유해한 비료와 살충제로 재배되고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여 지구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낡은 효과의 데님을 위해 마모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배출하여 작업자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이에 지구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청바지를 지속하기 위해 생산과정 중 물의 재활용 및 사용량 축소, 생분해성 셀룰로스 섬유 사용, 레이저 워싱 효과, 물 없는 염색 등 다각도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이렇듯 청바지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정신을 대변해 왔고, 이제 이를 미래로 이어가기 위해 사람들의 관심과 시대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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