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코로나가 지나간 자리

  •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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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0 07:38  |  수정 2023-03-20 07:48  |  발행일 2023-03-2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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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2023년 3월20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됩니다. 이번 조치로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우리를 무겁게 누르던 코로나19 팬데믹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거의 되돌아왔음을 실감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대유행병으로 번졌고, 계속해서 여러 변종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지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주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우리 대구시는 2020년 2월, 대유행 초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집단감염 사례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졌고, 그 위기의 순간에 전국에 계신 의료진이 대구시로 기꺼이 달려와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데 함께해 주셨습니다. 대구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자와 밀접접촉자의 빠른 선별과 격리 그리고 집중적인 치료와 같은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격리하는 조치를 개시하였고 일상을 잠시 멈추는 범국민적인 협조 덕분에 초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패닉 상황을 서서히 벗어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가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은 기침이나 호흡 곤란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이지만,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 정신과 Paul Harrison 교수 연구진이 Lancet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을 다른 형태의 호흡기 감염 환자들과 비교할 때 기분이나 불안 장애 등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지 결핍이나 치매 위험은 치료 후에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같은 해 옥스퍼드대 임상신경과학과 Gwenaelle Douaud 교수 연구진이 Nature지에 발표한 내용은 이러한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영국 바이오뱅크 참여자 대상으로 코로나19에 걸리기 전과 후의 뇌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뇌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을 발견하였고, 특히 감염 후 의사결정과 관련된 인지처리를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 조직이 특이하게 위축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에 걸리면 후각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뇌에서 후각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들 역시 손상된 것도 함께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감기와 증상은 유사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은 감기와는 다르게 우리 뇌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긴다는 것이죠.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장기적인 인지 결핍을 경험할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도도 높아짐을 암시합니다.

연구자들은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관찰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면, 코로나19와 치매 연관 가능성은 바이러스가 뇌에 염증을 일으켜 뇌의 세포와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혈전을 유발하여 뇌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키고, 이러한 혈류 감소가 뇌 손상을 유발하고 치매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가설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이런 사실만으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상당한 해를 끼칠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예방과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특히 뇌 건강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매일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씁니다. 이 이야기의 현재는 과거에 흔적을 남기고, 과거 흔적을 돌아보며 미래를 상상하고 대비합니다. 즉 과거 흔적은 우리 삶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대가 지나간 자리가 아름답습니다"라는 말로 우리가 지나가는 모든 장소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름답지 못하게도 자신의 흔적을 우리 뇌에 흉하게 남기고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런 흉한 흔적들이 미래 우리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되고 과학자로서 이를 대비하는 연구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었던 팬데믹 기간에도 많은 과학자가 꾸준히 자신의 연구를 지속하여 미래 다시 돌아올지 모를 또 다른 팬데믹을 대비하는 연구물들을 발표한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없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다시 팬데믹이 닥치더라도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한 그들의 흔적이 빛을 발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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