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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북 안동의 한 우회도로 개설 공사현장 어디에서도 수방 대책으로 설치한 침사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
경북 안동에서 우회도로 공사를 진행 중인 한 건설업체가 침사지 설치 등 현장에 별다른 수방 대책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업체는 공사현장 소음(영남일보 3월20일자 9면 보도)과 관련, 고통을 호소한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공사현장에 수방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토사 유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현장 주변엔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토사 유실로 인한 2차 피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2020년 경남 거제시에서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경사면이 무너지며 유실된 토사 600t가량이 인근 아파트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옹벽에 세워진 철망은 찢어진 그물처럼 너덜너덜해졌고, 엄청난 양의 토사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아파트 출입구까지 막아 버렸다. 이 여파로 일부 세대에선 베란다가 파손되고, 주민들이 이용하던 엘리베이터까지 피해를 입었다.
우기를 앞둔 상황에선 공사현장의 수방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토목 공사가 진행되는 넓은 지역은 토사의 침전을 유도하기 위한 침사지 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사업체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공 전 수방 대책 계획을 수립해 감독기관에 제출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회도로 공사업체가 감독기관에 제출한 계획서 내용에 있던 수방대책이 공사현장에는 없다는 것이다. 주민 A씨는 "최근에 공사현장 어디에서도 수방 대책으로 수립한 임시 침사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독기관은 "동절기 전까지 3곳에 임시 침사지를 설치했었는데, 동절기에 접어들며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A씨는 "만일 공사를 중단한 동절기에 침사지를 철거했다면 날씨가 풀리고 공사를 재개하면서 침사지부터 설치한 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수방 대책 없이 공사부터 강행하는 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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