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교육] 매 순간 감동하는 삶

  •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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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7 06:45  |  수정 2023-03-27 07:42  |  발행일 2023-03-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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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누구나 삶의 끝에 서면 자신이 했던 그 어떤 일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성취한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이다. 우리는 삶에서 '무언가'를 하면 '누군가'가 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무언가를 해서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 있으면 무언가를 하게 된다. 내가 책임감이 있는 일을 하면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되면 책임감이 있는 일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면 행복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았든 삶은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 완벽함 자체를 표현해 줄 완벽한 도구다. 이처럼 삶이 완벽함을 드러내 주는 도구임을 알게 되면 우리는 삶에 저항하지 않고 항상 삶을 수용하게 된다. 우리가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마다 우리는 이 순간이 얼마나 완벽한지 깨닫게 된다. 매 순간 수용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매 순간 감동하는 삶을 살아간다. 류시화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부자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부자는 누구인가.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말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 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로 평가된다"고 말한다. 당신은 지금 숨을 쉬고 있다고 살아있다고 여기는가. 말로 모건이 지은 '무탄트 메시지'에서 호주 원주민인 참사람 부족은 말한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그를 아직 땅에 묻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세상에는 숨을 쉬면서도 살아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가슴에 담긴 벅찬 순간들이다.

왜 우리는 매 순간 벅차게 살지 못하는가. 우리가 벅찬 순간을 살지 못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에 붙들려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감정이 우리를 계속 불행에 붙들어 둔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며 항상 현재를 떠나 미래의 나라에서 살고 여행한다고 하였다.

새 일을 시작하면, 나에게 꼭 맞는 짝을 찾게 되면, 아이가 다 크고 나면…(중략)… 하지만 대개는 자신이 기다리던 일이 일어난 후에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냅니다. 승진을 하고 나면,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중략)…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얻는 기쁨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습니다. 미래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할 때는 지금 이 시간입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올해 봄꽃은 유난히 빨리 피고 있다. 매화에 이어 산수유와 목련이 화사하게 피어나더니 동네 뒷산에는 어느 틈에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다. 계곡 옆에는 작은 보라색 노루귀와 하늘색 현호색이 곱게 피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치 뭉게구름처럼 벚꽃마저 활짝 피었다. 우리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내 안의 아름다움이 꽃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감탄한다.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 있더라도 감동은 분명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단지 감동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문제다. 감동은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내 마음의 민감함과 알아차림의 능력에 달려있다.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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