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m 화폭 가득한 조약돌, 인내와 추억이 몽글몽글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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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0 06:47  |  수정 2023-03-30 07:01  |  발행일 2023-03-30 제16면
내달 달성군청 참꽃갤러리서 남학호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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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호 작가가 2년간 준비해 선보이는 너비 9m, 높이 1.9m의 작품 '석심(石心)'.

'조약돌 화가'로 불리는 남학호 작가 초대전 '작은 그림 큰 행복'전(展)이 오는 4월3일부터 27일까지 대구 달성군청 내 참꽃갤러리에서 열린다.

그간 조약돌 그림에 천착해 온 석심(石心) 남학호는 올해로 화업 43주년을 맞았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2년간 준비한 너비 9m, 높이 1.9m 크기(약 1천500호)의 작품 1점과 10호 미만 작품 200여 점을 전시한다.

남학호가 작품 소재로 조약돌에 천착해온 이유 중 하나는 '인내'의 숭고함을 기리기 위해서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거쳐 해안가로 떠밀려온 조약돌의 다양한 모습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인생과 닮아있다. 거친 바위가 둥근 몽돌이 되기까지 겪은 풍파는 모진 고통을 견디며 수양(修養)하는 성인(聖人)의 모습과도 비견될 만하다. 그의 작품에는 고향에 대한 아련함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동경도 깃들어 있다. 작가가 태어난 경북 영덕의 바닷가 조약돌들이 주된 피사체다. 동해의 거친 파도에 휩쓸려 시시각각 그 모양과 자세를 바꾸는 돌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건네고, 작가는 유년과 청년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한다.

조약돌 그림에 등장하는 나비는 현실과 이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불이(不二)의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의 작품에서 나비가 없는 돌은 잃어버린 기다림이며, 나비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동해안의 돌과 나비를 그린 남학호의 '석심접의(石心蝶意)'를 들여다본다면 변함없는 그리움과 아름다운 기다림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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