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인과 국가의 이정표는 다른 것인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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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1 16:01  |  수정 2023-04-11 16:01  |  발행일 2023-04-11
이창섭
이창섭 계명대 화학과 명예교수

날씨가 연일 쾌청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상이 이 같은 봄날씨만 같으면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옛날부터 독일은 비가 자주 오며 흐린 날이 많았다. 남자들이 사냥을 못 하고 집에서 죽치고 있으려니 자연스레 '먹거리 걱정, 살아나갈 걱정'을 하게 되었고,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독일이 자연스레 철학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아침 산책을 할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인사를 하는데, 같은 유럽이라도 지중해를 끼고 기후가 온화하며 맑은 날이 많은 프랑스, 이탈리아 사람들하고는 또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천혜의 기후조건에서 또 비옥한 땅에서 살다 보니 저절로 노래가 나오고, 음악이 발달하다 보니 시와 소설이 나오고 문학이 발달하였다. 프랑스는 기후만 좋은 것이 아니라 농토가 넓고 비옥하니 농업이 발달하였고, 반면에 독일 사람들은 먹고살 걱정을 하다 보니 광공업 자원을 활용하는 과학기술이 발달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엇이 풍부하고 무엇이 발달하였는가. 호남지방은 농토가 넓으니 농업이 발달하였고, 옛날부터 식산 자원이 풍부하니 음식문화가 발달하였으며, 먹고 살만 하니 문학과 서편제와 같은 예술이 발달하였다. 반면에 영남지방은 산이 많고 농토가 척박하여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으니 음식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웠다. 오로지 공부하여 과거를 보아 출세하거나, 정치 권력을 잡아 자기네 사람을 많이 끌어모아, 힘으로 물자를 다른 지방으로부터 영남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취하였다. 옛날에는 호남이 더 물자가 풍부했는데, 언제부턴가 '영남이 더 잘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유럽은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한 생활을 더 추구하는 분위기다. 종교도 이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였다. 현 세상에서 인간적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 가치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상이 이제야 서양 사람들에게도 깨우침을 주었기 때문인가. 하지만 미국은 아직 열심히 일하는 나라다. 세계 제일의 경제력과 힘의 원천이 풍부한 자원과 함께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미국이 유럽과 같은 현재의 가치 기준을 추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게 되면 앞으로 중국과 인도와 같은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후발주자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금세기에 와서 중국의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이 벌써 미국을 압박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우리가 이미 인식하고 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공산품에 IRA 법(인플레이션 감축법)을적용하게 된 것은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의식한 미국이, 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지금의 입장은 무엇이며, 우리 세대가 추구해나가야 할 가치 기준은 또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취하는 형태의 국익 도모를 한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경제 지수가 나아질 수는 있을 것이지만,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볼 때, 갈 길은 자원과 기술을 무기로 하는 경제 전쟁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각종 자원의 확보에 있을 것이다. 이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바람직한 비전을 제시하고, 젊은이들에게 요행을 바라지 않는 오직 성실한 노력만이 자신의 밝은 미래를 이룩할 수 있다는 건전한 가치관을 교육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개인이 발전하는 모습과 국가가 발전하는 양상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고, 서로가 맞물려있는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다.
이창섭 계명대 화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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