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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
필자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Windows의 탄생과 함께 인터넷의 도입, e메일의 대중화 등 업무환경에 큰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당시 서류에 도장으로 결재하던 시절부터 시작해 많은 변화를 거쳐 이제는 모든 업무가 컴퓨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와 공공부문의 시기적절한 대응과 선제적인 기반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정보화 레벨 또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적극적 대응은 정보화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아이덴티티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워싱턴 국제기구의 사무실에서 접한 업무환경을 통해서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미국 비즈니스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곳 업무시스템은 MS에서 개발한 하나의 통합솔루션하에서 문서작성부터 초안 공유, 채팅과 화상회의, 자료공유, 보고 및 결재가 모두 모바일환경을 바탕으로 하고, 이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국제기구에서는 최근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등의 필요성에 발맞추어 언제 어디서나 보고와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에 반해 최근까지 한국에서의 업무 프로세스를 돌이켜 보자면, 사무실에서는 연계되어 있지 않은 각각의 문서작성 프로그램, 내부소통망, 결재시스템이 쓰이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카톡, 문자, 전화 등 분절적인 시스템이 사용되는 바람에 사무실을 벗어나면 소통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사무실 부재중인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한글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작성한 문서를 출력해서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고 카톡에 업로드해서 전달하는 번거로운 방법이 최근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를 몇 번 반복한 후 최종 결재는 다시 상사가 사무실로 돌아와서 책상에 앉아야만 비로소 마무리되곤 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는 정부청사의 세종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대구경북에서는 2개의 대구시청사 운용과 경북도청 이전 등을 계기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수행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업무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업무 수요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에 대한 엄격한 보안기준 적용과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에서의 빅테크기업 참여 제한 등 모바일환경으로 가기에는 아직 여러 규제요소가 상존해 있다. 물론 이는 또 다른 정책적 필요성에 따른 규제이겠지만, 이로 인해 우리의 공공부문 정보화 인프라는 20여 년 전의 프레임하에서 기능별, 기관별로 분절적으로 개발된 사무실 데스크톱 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도 모바일시대에 맞는 보안시스템의 개발과 함께 공공부문의 클라우드화, 모바일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모바일 인프라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일하는 방식의 개선 또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세계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이제는 모바일시대로 가고 있음을 워싱턴에 와서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과거 10년, 20년간의 정보화 성공 신화에만 안주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간 쌓아놓았던 국가경쟁력도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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