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미래로 나아가는 한미동맹의 의미에 힘을 실으면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국빈 방미 나흘째인 이날 윤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으로 역대 7번째다.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국어로 연설했고, 나머지는 모두 영어로 연설한 바 있다.
◆ 尹 연설서 자유 강조, 우크라이나 언급도
윤 대통령은 이날 40분 분량의 연설을 영어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약 8천700자에 달한다. 연설 제목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으로, 연설 내용은 제목과 같이 '자유'와 한미 동맹의 미래비전이 제시됐다.
먼저 윤 대통령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이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미국이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한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미국이 치른 희생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며 한국전쟁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대통령은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 등을 언급하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자유에 대해 윤대통령은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다.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윤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호응 발언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언급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연설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함께 번영해나가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라며 한미동맹의 전방위적인 '업그레이드'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며 "70여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와 자유의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교류와 협력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까지 이어졌다고 언급한 뒤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초기의 일방적인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해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론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미국 내 공장, 문화 콘텐츠를 통해 양국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하와이주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진출하기 시작한 미국 내 한인 사회에 대해서도 "미국 사회 각계에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격려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대한민국과 공산 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은 지금 분명히 비교되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며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원칙적 입장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인권 유린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며 "양국은 외교 안보를 넘어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분야 혁신을 함께 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첨단 반도체 협력강화는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국은 동맹의 성공적 협력의 역사를 새로운 신세계인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