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워싱턴 선언, 핵무장 여망 잠재우기엔 역부족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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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1  |  수정 2023-05-01 06:53  |  발행일 2023-05-01 제22면
워싱턴 선언 핵우산 관련

문서화된 최초 사례 의미

북한 비핵화 근본적 대책은

우리가 핵 가졌을 때 가능

자체 핵무장 멈추지 말아야

[김기억 칼럼] 워싱턴 선언, 핵무장 여망 잠재우기엔 역부족
김기억 서울본부장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고 이를 통해 북의 핵 공격 시 미 핵무기로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NCG는 미국의 확장억제 정보 공유, 공동기획·실행 등을 포괄하는 협의체다.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고위급 한미확장억제협의체회의가 개최되는 등 필요시 북한 핵 대응 관련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핵 관련 협의체 구성을 문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국이 북한 핵 대응에 보다 효율적이고 실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벌써 핵 공유 표현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으로 국민께서 사실상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처럼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시게 될 것"이라며 워싱턴 선언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핵 공유의 정의는 무기 통제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핵 공유를 즉각 부인했다.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 사용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의는 하되 공유는 시쳇말로 턱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핵은 우리가 아닌 미국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는 의미다.

워싱턴 선언에는 한국은 핵환산금지조약(NTP)을 준수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장 아쉬운 대목 중 하나다. 굳이 이 항목을 선언문에 넣어야 했는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국내 핵무장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자체 핵무장 지지율은 높게는 77% 가까이 낮게는 60%에 육박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는 자체 핵무장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여망임을 보여주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 1월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수준의 근핵보유국(近核保有國) 지위 요구를 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미 핵탄두 6천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t을 추출해 놓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핵은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국제 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끊임없는 북한 비핵화 요구에도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핵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북한은 3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지난 3월 미국과학자동맹 발표) 지금과 같은 제재 방식으로는 북한 핵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북한 핵은 핵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 선언을 통한 확장억제도 제한적 효과가 있을지언정 북한 핵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핵을 가져야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북핵 위협을 후세대에게 물려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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