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 설충구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동구지부 회장
  • |
  • 입력 2023-05-05  |  수정 2023-05-05 08:24  |  발행일 2023-05-05 제15면

[책 속의 길]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설충구<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동구지부 회장>

최근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을 하는 뉴스를 접했다. 아직도 법의 무게를 이기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법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체제의 구성 원리와 행동 기준을 정한 규범이다. 법은 정의와 형평, 합리성과 효율성 등을 지향하며 시대적 가치를 담고 있다. 법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구성원들로부터 합리성을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돈, 권력, 폭력과 같은 힘에 흔들린다면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법이 흔들리는 사회에 산다는 건 기둥이 흔들리는 집에서 사는 것과 다름없다.

원칙과 방향을 잃은 법은 날아다니는 칼과 같다. 칼이 어떻게 움직일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사회에 사는 국민은 언제 어디서 칼을 맞을지 모른다. 법과 법 집행 과정이 원칙이 없이 흔들리면 세상은 법이 없는 세상보다 더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사회가 되며 국가 혼란을 초래하거나 선진국 사회가 될 수 없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바탕에 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법도 힘을 얻지 못한다. 법은 온 국민이 다 함께 지켜야 하기에 다수의 뜻을 반영해 법을 만들고 고쳐야 한다. 또 사회의 문화적 규범과 너무나 동떨어진 법은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한다.

법은 사람들 곁에 있어야 한다. 법은 저 먼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법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지키는 것도 사람이다. 그래서 법을 만들 때는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국민이 잘 사용하는 단어 위주로 만들어야 한다. '법이 어려워야 법이지 쉬우면 그게 법입니까?' 하는 생각은 기득권의 잘못된 생각이며 후진국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법을 잘 알아야만 법을 지킬 수 있고 필요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저자는 30년간 법조인으로 살면서 법과 사람 사이에서의 갈등과 고민을 진솔하게 담았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법의 온도는 차갑지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온화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설충구<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동구지부 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