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권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

  • 홍호진 경북도선거관리위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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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8  |  수정 2023-05-08 08:09  |  발행일 2023-05-08 제23면

[기고] 유권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
홍호진(경북도선거관리위 공보팀장)

우리나라 유권자는 그동안 선거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주인공이라면 주도적 입장에서 후보자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렇게 만들어진 특정 후보자에 대한 자신의 지지 결심을 다른 유권자에게 권유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당연해 보이는 이런 권리들의 행사에 제약이 많았다. 선거운동이 자유로워질수록 사회 분열이 조장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하 '법') 제58조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유권자의 선거운동 자유를 촘촘히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권자는 소품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법 제68조), 현수막을 이용할 수 없고(법 제90조), 인쇄물을 이용할 수 없고(법 제93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를 금지(법 제103조)하는 식이다.

최근 말로 하는 선거운동이라든지 인터넷 게시판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법 제59조)이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이는 최근의 일이다. 우리 공직선거법이 이렇게 유권자의 선거운동 자유를 촘촘히 제약하는 배경에는 3·15부정선거 때부터 내려오는 '선거 불신'이 있다. 3·15부정선거에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선거 부정이 존재했다. 조사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후보자 사퇴 강요, 폭력행위, 공개투표, 대리투표 등 엄청난 부정행위가 행해졌다.

이에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을 헌법상 독립기구로 구성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선거의 관리' 측면에서 공정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으나, '선거운동의 자유' 측면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잘못은 국가가 저질렀는데 유권자에게 불똥이 튄 억울한 상황이 일부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시민은 정치와 선거의 객체에서 벗어나 능동적·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나타내 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부응하여 유권자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다 광범위하게 누릴 수 있도록 2021년 국민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차례 국회에 개정의견을 제출했지만 안타깝게도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소품·시설물·인쇄물·집회로 대표되는 선거운동 규제·금지조항인 공직선거법 제68조·제90조·제93조·제103조 등을 위헌(헌법불합치)으로 결정했다. 그 전체적인 취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유권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였다. 이에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보다 한층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도록 선거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5월10일은 '유권자의 날'이다. 1948년 바로 이날 '국가건설'의 열망을 담아 온 국민이 참여한 5·10 총선거를 기념하기 위해 지정됐다. 역사적 시각에 따라 평가는 다양하지만 선거의 4대 원칙이 지켜진 최초의 민주적인 선거로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이제 선거에서 유권자가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홍호진(경북도선거관리위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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