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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여야 간·진영 간 평가가 확연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나 빅데이터 결과를 보면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 윤 대통령은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환경이 좋지 못하다. 압도적인 야당 우위의 국회 상황, 편향된 언론 환경, 반정부 세력의 선전·선동 등 악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첫 1년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 어젠다를 세팅하고,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등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5년짜리 대통령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한 정치 원로의 핀잔에 그래도 '잘 준비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강변한 적이 있다.
공자는 '논어' 자로편에서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행동을 늘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교수는 성찰적 사고(reflective thinking)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도자는 늘 자신의 정체성, 사명과 역할, 언어와 행동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윤 대통령이 지난 1년을 회고하며 향후 4년을 기획할 중요한 시점이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국정 비전인 '국민이 주인인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를 어떻게 만들지 전망적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근원적인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1998년 IMF 경제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 4월29일 영국의 '가디언'지의 지적은 상징적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한류 문화 강국인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잃어버린 지난 10여 년간 개혁은 실종되었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심화, 잠재성장률 추락,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 북핵 위기 등 문제 제기만 무성했다. 단기적인 포퓰리즘 접근만 난무했다. 이번 정부 들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성장성과 배분율을 향상시킬 경제산업 개혁, 서민 복지를 확대하는 사회 개혁, 남북 평화 공존 등 총체적인 개혁 대안이 필요하다. 추락이냐 회생이냐 갈림길에서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손에 흙을 묻히고 필요하면 피도 흘려야 한다. 그래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역사상 성공한 지도자의 뒤에는 반드시 인재 그룹이 존재했다. 강태공은 주나라 문왕과 무왕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으며, 방현령·두여회·위징은 당 태종과 함께 정관의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장량·한신·소하는 각자 전문성을 발휘하여 시골 한량에 불과하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웠다. 세종대왕도 황희와 신진 사대부인 성삼문·정인지·신숙주 등을 발탁해서 한글 창제 등 국운 융성의 시대를 열었다. 공자는 '군주의 일은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요, 일은 신하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자가 만기친람(萬機親覽)하여 참모의 일까지 직접 하면 피곤할 뿐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 윤 대통령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일을 맡기면 된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중요한 어젠다만 챙기면 된다"고. 능력은 말에 있지 않고 실천에 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대통령실과 내각에 충언(忠言)·고언(苦言)·직언(直言)하는 인재를 발탁하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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