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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820년 5월12일 현대간호학의 창시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태어났다. 나이팅게일은 1853~1856년 러시아와 오스만튀르크 등이 흑해 크림반도 일대에서 한창 전쟁 중일 때 성공회 수녀 38명과 함께 종군 활동에 헌신했다.
나이팅게일은 밤마다 등불을 들고 부상 군인들을 찾아다녔다. 그 일로 그녀는 '등불을 든 여인'이라 불렸다. 참혹한 전쟁터의 눈물겨운 실화인데도 'The Lady with the Lamp'라는 애칭은 그저 아름다운 작명으로만 여겨진다. 나이팅게일은 참새목 딱샛과에 속하는 소형 조류의 이름이기도 하다. 새 나이팅게일 역시 크림전쟁의 사람 나이팅게일처럼 밤에도 많이 활동한다. 그래서 '밤에 노래하는 새'라는 뜻의 'nightingale'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토록 미성의 예쁜 새 나이팅게일을 안데르센이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 뉴턴이 '근대과학의 아버지', 현진건이 '한국 단편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듯 '동화의 아버지'로 우러름을 받는 안데르센은 '동화 나이팅게일'을 썼다.
어떤 중국 황제가 너무나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었다. 알고 보니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였다. 황제는 나이팅게일을 새장에 가두어놓은 채 울음소리를 즐겼고, 산책 때면 다리에 비단 끈을 묶어서 끌고 다녔다.
신하가 금은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장난감 나이팅게일을 황제에게 바쳤다. 정교한 태엽 장치를 가진 이 장난감은 시간 맞춰 멋진 노래를 황제에게 선사했다. 황제는 그것에 푹 빠져 어느 순간 자연의 나이팅게일을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덕분에 나이팅게일은 숲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황제가 늙어 병으로 누워 지내는 상황에 장난감 새마저 고장으로 멈춰 섰다. 달리 마음 기댈 곳도 없던 황제는 더욱 고독에 빠져들었다. 이때 어디선가 너무나 황홀한 새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의 나이팅게일이 돌아와 황제에게 위안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로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답도다!" 황제는 그 진리를 새삼 깨달으면서 미소 띤 얼굴로 평온히 눈을 감았다.
노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했고, 순자는 사람이 나서면 인위(人僞)가 된다고 했다. 새 나이팅게일과 사람 나이팅게일이 아름다운 것은 본성의 진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별이 빛나는 캄캄한 밤하늘을 경외의 마음으로 쳐다본 칸트처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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