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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
대구의 달성군이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사회안전지수-살기 좋은 지역'에서 영남권 1위를, 수성구는 2위, 중구는 3위를 차지하며 영남권 70개 지자체 중 대구가 1~3위를 싹쓸이하였다. 이들 3개 군·구는 전국적으로도 30위권 내를 차지하며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혔다. 이 조사는 정량지표는 물론 주민 설문조사 결과인 정성지표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2023년 입학생 기준으로 대구 출신 고교생이 서울, 경기에 이어 3위를 기록하여 부산이나 인천보다 서울대 신입생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선 8기 출범 이후 4조2천억원의 대규모 투자유치협약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BB사업 등 대형국책사업을 유치하여 비교적 양호한 미래성장동력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그렇다면 시민들 스스로가 정량지표와 정성지표 측면에서 서울과 경기에 못지않고 타 지방도시에 비해 살기 좋은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양호한 교육 및 산업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왜 청년과 우수인재들은 대구를 떠나며 지역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을까.
한때 3대 도시로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것을 자랑하던 대구의 특성을 대표하는 단어는 보수성과 동질성이었다. 사실 대구같이 큰 도시에서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와 중요한 정보가 신속히 유통되고 교통흐름이 빠른 도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동질성과 보수성이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규모와 효율을 강조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핵심적 강점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역 특성을 잘 드러낸 특유의 구호(?)인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지역의 응집력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획일성을 더 중시하는 산업화 시대에는 그 나름대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강한 동질화와 보수화의 부정적 결과는 집단사고(groupthink) 현상의 초래다. 집단사고는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고 반대의견을 억압하여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상이다.
대구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끼리문화는 집단사고의 병폐인 획일성과 복종은 강조하며 비판은 허용치 않는 한편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인 의견은 적대시하고 다양성은 제한하였다. 다양한 구성원들로부터 개진된 여러 의견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거쳐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려는 노력보다는 기득권층이나 선배들이 일단 결론을 내려놓고 기타의 다른 의견을 개진한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며 심지어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경향조차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보다는 순응하는 내집단(ingroup) 구성원만 수용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외집단(outgroup) 구성원은 배척하는 진영중심적 집단사고가 나타났다. 따라서 내집단이 보고 싶은 것만 봄으로써 편향성이 더욱 심화되어 내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다양한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외집단 구성원(즉 젊은 인재나 여성 혹은 타 지역 출신 인재 등)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되어 결국에는 지역을 떠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도시들의 가장 큰 특징이 혁신의 원천인 다양성의 수용과 자율적인 시민의 역량이 완전히 발휘되게 하는 경쟁시스템이다. 결론적으로 챗GPT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구가 인재유출을 막고 진정한 경쟁력 있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획일성 추구의 집단사고기반 '끼리문화'에서 시민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경쟁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집단지성기반 '함께문화'로 변해야 한다. 인프라와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변해야 한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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