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바다의 채소, 매생이·미역·김…세계인 입맛에 녹아든 'K-해조류'

  • 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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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9 07:46  |  수정 2023-05-19 07:48  |  발행일 2023-05-19 제37면
韓·日·대만 등지서 즐겨먹는 해조류
서양선 '바다의 잡초'라 여기며 기피
처음 접할 땐 특이한 비린내로 호불호
한국의 다양한 요리법 SNS 확산중
외국인은 스낵 개념으로 '김' 먹기도
건강한 재료, 가볍고 장기보관 가능
난민 구호품·전투식량 활용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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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 국

중국인도 매생이를 먹는가 보다. 해조류를 채취해서 먹는 동북아 사람을 보고 어느 흑인이 경악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들의 반응이 이해되고 또 외국인들을 통해 직접 이런 일을 경험해 봐서 웃음이 나온다. 지구촌 200개 넘는 나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음식에 충격을 받는 이유가 20가지쯤 있다. 그중 하나인 해조류에 관련된 일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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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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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

해조류(海藻類)에 대한 인식은 동양과 서양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해조류를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바다의 채소'로 여기는 데 반해 서양에서는 '바다의 잡초(seaweed)'로 인식하고 있다. 해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지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00여 종 해조류 중 50여 종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해조류 섭취량은 1인당 연간 5㎏가량이다.

지구촌에는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무수히 많다. 태어나서 자신의 눈으로 바다를 직접 보는 이들은 지구촌 80억명 중에서 5%나 될까? 미국, 중국,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 같은 거대한 대륙 출신들도 마찬가지이다. 태어나서 바다를 직접 보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한국인은 큰 행운을 누리는 셈이다.

매생이는 말할 것도 없고 김, 미역, 다시마를 보면 외국인들이 매우 신기해한다. 김은 종이를 태워서 먹는 줄 알고 깜짝 놀란다.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처음으로 김을 진상한 사람의 성이 김씨였다. 사람 성을 따서 이름이 김이 된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면 아주 재미있어한다. 나는 외국인들에게 역사를 섞어서 스토리텔링을 해주곤 하는데 그들은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인다. 그리고 나와 오래 한국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외국에는 이야기꾼 직업도 있다. 나는 동서양 옛날이야기나 신기한 사연을 두루 들어서 아는 편이다. 내가 늙으면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야기꾼으로 활약해도 재미있겠다. 지구촌 이웃들의 역사나 문화, 삶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흥미를 유발한다. 내가 외국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까닭이다. 사람 사는 게 기본은 같으나 펼쳐가는 삶의 모습이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해조류를 외국인들은 바다 이끼나 잡초쯤으로 여긴다. 처음에는 특이한 비린내가 난다면서 도망가거나 싫어하는 편이다. 그 맛을 알고 나면 결국 해조류 팬이 된다. 그래서 김 수출 시장 또한 전망이 밝다. 김이 외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스낵 개념이 강하다. 그들은 거실에서 TV를 보며 새우깡 먹듯이 김을 먹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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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미역은 한국인의 독특한 식문화이다. 산모가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 해외에 홍보를 하면 수출도 대박 날 아이템이다. 내가 미역 생산업자들에게 줄 특별한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다. 중동 산모들은 아기를 낳으러 들어갈 때, 아기를 낳고 나서 가장 먼저 대추야자를 3개 먹는다. 우리의 미역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나는 그런 나라들에 미역이나 한국의 해조류 수출 시장이 크다고 믿는다.

미역은 지구촌 어느 나라든 전투 비상식량으로도 좋은 제품이다. 군량미가 부실하면 천하의 뛰어난 군인도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진 이유 중 감자 수확을 못 한 원인도 있지 않은가. 군에 징집된 남자들 그리고 군복을 만드는 여자들로 인해 그들의 주식 감자를 심지 못했다. 독일군이 무만 먹으며 몇 달간 처절히 버틴 사실만 봐도 군인의 먹거리는 중요하다. 그 당시 연합군 중 미군은 식사가 훌륭한 편이었고 커피나 콜라도 즐겼다.

미역국은 물과 소금만 있어도 된다. 한국의 해조류는 난민들 구호품으로도 활용하면 더없이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미역 등 해조류는 무게가 가볍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영양가도 뛰어나다. 나는 장차 해외 수출 시장이든, 난민 구호품이든, 전투 식량으로든 한국의 해조류를 적극 추천한다. 그간 어느 외국인들이 주로 어떤 해조류를 왜 얼마나 좋아하는지 경험해 보았다. 미역은 외국인들의 갑상선 질환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은 매생이, 또는 제주와 충남의 감태만 해도 미래 먹거리이다. 바다는 인류의 미래 식량 생산지이자 엄청난 저장고이기도 하다. 충북은 국내 유일의 내륙도여서 그곳 출신들에게는 해산물이 낯설었다. 그래서 노년층 중에서 생선회를 못 먹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큰 생선이 회로 떠 있는 상태, 꼬리지느러미와 어두 중 눈동자에 신경이 살아있어서 젓가락을 대면 움직일 때 그걸 무서워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인에게도 놀라운 효능을 가진 해산물, 특히 해조류에 국가도 생산자도 더 관심을 가질 일이다. 매생이에 굴을 넣고 끓이는 맛을 모르는 이들이 어찌 매생이를 찾겠는가. 해조류를 모르고 새우도 먹어본 적 없는 절대다수의 외국인에게 우리가 수출을 하려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뭔지 알아야 먹고 그 맛에 길들어야 외국에서 수입도 하게 된다. 우리가 열대과일을 일일이 자세히 다 알 수 없다. 그러하듯이 지구촌 사람들은 반대로 김조차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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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오래전 코카콜라 회사가 콜라를 모르는 나라에 가서 무료로 마시게 했다. 일단 먹어보게 하고 입맛을 길들여 놓으면 무조건 찾는다. 나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의 생일을 다 파악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게 어떨까 싶다. 미역과 김 그런 걸 제조하는 회사에서 협찬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생일 선물은 외국에 자신의 제품이 홍보되기를 바라는 회사가 동영상을 찍어 홍보를 부탁하며 화장품이나 기타 한국산을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일석삼조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한다.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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