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백화점을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바꾸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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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8 06:49  |  수정 2023-05-18 06:51  |  발행일 2023-05-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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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대구시민이라면 대구백화점에 대한 추억은 한두 가지 가지고 있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약속 장소 1번지가 '대백 앞'이다. 대학생 시절 대부분의 시내 약속은 '대백 앞'이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속에서 친구를 만나 그다음 계획을 정했다. 아무 약속 없이 대백 앞에 가도 아는 사람 한둘은 만날 정도로 수십 년간 대백 앞은 대구 약속 장소 1번지였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구백화점의 존재가 가장 컸을 것으로 짐작한다. 대구 섬유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대구백화점은 한때 전국 3대 백화점으로 명성이 높았다. 대구백화점 주변에 있는 로드숍도 마찬가지다. 최신 유행 패션 의류 브랜드들이 로드숍을 채웠다. 우리나라에서 패션을 선도하는 도시로도 유명했다. 그만큼 대구시민들에게는 대구백화점이 가진 상징성이 크다.

그런 대구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은 지 2년이 다 돼간다. 2021년 7월 휴점에 들어갔고 그동안 매각시도를 했으나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대구백화점 입장에서는 대구시민이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애정을 보여주지 않으니 부득이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지 자본이 들어와서 대구백화점 부지를 개발한다면 대구는 또 다른 지역의 자본유출 통로를 하나 허락하는 상황이 된다. 무엇보다 더 아쉬운 것은 대구시민의 추억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다. 장소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있는데 그 장소가 사라지면 기억마저 없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대구백화점이 대구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대구백화점이 외지 자본에 매각되지 않고 대구시민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사기업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궁리를 해본다.

대구는 출생률 저하로 인구감소기에 접어들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데다 외지인 유입 요인도 없으니 아마 대구는 급격한 인구감소 추세가 시작될 전망이다. 도시문화가 활력을 잃을 것은 뻔하고 동성로 상권을 비롯한 시대 중심가 상권도 쇠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많다. 하나의 대안으로 대구백화점과 동성로를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구 유입 요인이 있어야 하고, 특히 젊은이와 외국 젊은이들이 찾을 정도의 매력을 대구가 발산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대학도시이고 문화도시라고 하지만 도시문화는 그렇지 못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 대구 인구 구성비를 보면 3대 이상 살고 있는 토박이 비율이 55%로 전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여기에다 외지인도 대부분 대구 주변 경북지역에서 유입돼 대구 인구 가운데 대구경북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대구를 떠나지 않을 정도로 살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부터의 인구 유입 요인이 없는 것이다.

대구 인풋 전략으로 대구백화점과 동성로의 가치 재조명이 필요하다. 대구 도시문화를 가꾸기 위해서는 대구백화점을 비롯한 동성로 등 중심상권 부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내외 젊은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자. 우리나라에서 대구를, 전세계에서 대구를 젊은이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가꾸면 어떨까. 대구백화점이 젊은 예술인과 청년창업가들이 모여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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