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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코로나19 이후 특히 온라인 활동이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영상·게임 등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동시에 개인정보 침해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명확하고 쉽게 안내하는 등 아동·청소년이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데이터 리터러시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동·청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개인정보가 누적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삭제나 처리정지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아동·청소년이 어린 시절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 또는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 '지우개' 사업을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지우개'는 지켜야 할 우리의 개인정보 약자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서비스를 말한다. 물론 아동·청소년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직접 삭제할 수 있지만, 커뮤니티를 탈퇴했거나 비밀번호 등 계정정보를 잊어버렸을 때에는 직접 삭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직접 삭제가 어려우면 게시판 사업자에게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을 통해 해당 게시물에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할 수 있지만, 아동·청소년은 신청 경로가 복잡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으로도 14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본인이 직접 자신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하여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 정정·삭제, 처리정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우개 서비스는 24세 이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대상은 만 18세 미만일 때 작성한 게시물이어야 하고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24세는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 연령 상한을 참고한 것이다. 신청자는 게시물의 주소와 함께 본인이 올린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 정부에 신청하고, 정부는 해당 사업자에게 게시물 삭제 등을 요청한다. 다만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올린 글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는 바로 삭제를 할 수 없고 상담을 통해 조치방법을 안내한다.
그러나 신청 게시물이 다른 법률 또는 법령에서 위임한 명령 등에 따라 접근차단 또는 삭제가 금지되어 보존의무가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삭제 등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향후 소위 셰어렌팅(share+parenting), 즉 부모가 자녀의 양육과정을 SNS에 공유하는 것도 금지할 계획이다. 아동·청소년의 동의 없이 부모가 올린 게시물까지 삭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개인정보의 경우 비록 미성년이라고 하더라도 14세 이상인 경우 친권의 범위를 벗어나 별도의 독립적인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계도 없이 이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잊힐 권리가 입법화되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 이번 지우개 사업을 계기로 잊힐 권리 입법화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족법의 이념인 아동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s of the Child)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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