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문재인의 맞절3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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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2  |  수정 2023-05-22 09:24  |  발행일 2023-05-22 제26면
취임초기 문재인의 맞절

퇴임후 책방과 다큐영화

5년 재임, 내던진 이슈들

지금쯤 고백, 회고가 있길

그게 국가적 자양분 될 듯

[박재일 칼럼] 문재인의 맞절3
논설실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거의 90도로 꺾는 맞절로 인상을 남겼다. 신임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깍듯이 맞절을 했다. 당사자의 배우자까지 초청됐다. 연출 흔적이 있지만, 그건 온화한 장면이었다. 국민소통도 그러하겠다는 정치 메시지라 할까. 그때 '문재인의 맞절'을 주제로 두 번의 칼럼을 썼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여유로워 보였다. 조국 사태, 북한 핵협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막판 지지율은 그런대로 괜찮았고 열성 지지층인 팬덤도 형성됐다. 청와대 앞 환송에서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어디서 들은 듯한 상투적 표현이지만 소박하게 들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1년 만에 책방을 열었다. 문재인 책방 혹은 평산 책방으로 불린다. 그는 책방지기를 자처했다. 디지털 시대, 서점이란 옛것처럼 애틋하다.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왔다. 사법위기에 몰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찾았다. 뒤이어 '문재인 다큐 영화'도 나왔다.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문 대통령 측 사인이 날 때까지 찍고 또 개봉을 기다렸단다. 흥행이 되니 마니 하고 있다. 근데 전직 대통령이 퇴임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다큐 영화까지 나오는 세상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다. 그건 미화 찬양 영화지 다큐가 아니란 소리도 있다.

잊히고 싶다는 말은 그냥 레토릭이었을까. 책방이나 영화는 어쩌면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구사하는 새로운 '맞절 방식'으로 보인다. 정치 물레방아가 다시 돈다고 할까. 근데 그의 재임 5년 동안 던져진 국가적 이슈들을 생각하면 한편 참으로 도피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시대는 먼저 직전 대통령 2명 모두 감옥에 있었다. 반대 진영의 직전 대통령이었다. 따지고 보면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별로 없다. 대북정책도 특이한 실험이었다. 도보다리 대화로 화려하게 막이 올랐던 북핵 협상은 5년 내내 운전자론을 외치며 매달렸지만 허망하게 끝났다. 아직도 홀린 기분이랄까.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을 쏜다. 국가 경제의 운영방식도 독특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신개념을 밀어붙였다. 월급을 올려주면 성장이 된다고 했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끄는 논리란 비판을 받았다. 지금은 야당이 된 민주당에서조차 입에 올리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도 이상했다. 가격이 오르는 상품(주택)은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정반대 논리로 수요를 억제하는 세금부과 방식을 동원했다. 집값은 치솟았다. 국토부 장관은 "집을 빵처럼 찍어내지 못해"란 소리도 해댔다. 나랏빚은 680조원에서 시작해 1천조원을 넘겼다. 탈원전은 신념이라 해도 이치상 올라야 할 전기요금은 무한정 뭉갰다.

문 정권의 핵심 권력 엘리트는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NL, PD 노선 경쟁을 하던 좌파들이다. 수십 명이 청와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적폐청산의 슬로건 아래 사법, 행정 심지어 일부 장성들도 단죄를 받았다. 우파를 적폐라 규정했다. 좌우의 간극은 더 멀어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 전 대통령의 세계관을 좀 더 알고 싶다. 책방도 좋고 다큐도 좋지만 국민과 맞절을 다시 해야 한다면 스스로 던진 국정 어젠다에 대한 설명이 우선 순서로 보인다. 예쁜 책방과 포장된 다큐가 아닌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전직 대통령의 고백과 회고를 듣고 싶다. 그게 국가적 자양분이 될 듯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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