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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다. WHO는 지난 5일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한다고 발표하며, 사실상의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4개월 만에 본격적인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팬데믹 이전의 남북 관계는 어떠했을까. 연일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태가 이제는 익숙하지만, 팬데믹 이전 북한은 달랐다. 2018년 평창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의 봄'은 그해 4월 '판문점 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남북한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6월 역사상 처음으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북미는 공동합의문을 통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은 물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9월에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로써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데 남북한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는 등의 '평양공동선언'이 있었다. 하지만 2019년 2월 두 번째로 열린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바람을 꺾어버리고 말았다. '미래의 핵'뿐만 아니라 '과거의 핵'에 대한 포기, '생화학 무기'까지 '하나 더(one more)'를 원했던 미국의 '빅딜'은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을 선언하며,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깊숙이 은둔의 터널로 들어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던 '판문점 선언'은 물론 '싱가포르 선언'까지 없었던 일처럼 연일 미사일과 핵무기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2021년 5월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선언했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과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표명은 지난달 열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에서 '확장적 억제'로 바뀌었다. 더욱이 지난 주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 그 외 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 계획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비가역적인 포기라는 목표'를 포함한 '핵 군축에 대한 G7 정상 히로시마 비전'이 발표되었다.
팬데믹은 종식되었지만, 한반도 문제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평화의 봄'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팬데믹 이전 실패의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힘에 의한 평화'도 '협상에 의한 평화'도 목적은 '한반도 평화'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정책이 아니다. 팬데믹 이전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었던 노력과 과정, 그리고 실패의 경험을 기억하고, 남북 관계도 '팬데믹의 터널'에서 나올 수 있도록 이끄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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