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는 양 날개로 난다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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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5 06:40  |  수정 2023-05-25 06:50  |  발행일 2023-05-25 제22면
마준영기자〈경북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새의 몸통에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두 개가 달려 있지만, 한쪽 날개로는 날지 못한다는 은유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날갯짓이어야 똑바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비행기 역시 보수와 진보, 안보와 통일이라는 양 날개로 앞으로 나아간다.

정치 논리에 따라 편향된 대한민국 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과 이념 논쟁으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을 거듭해 왔다.

최근 좌에 편향된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부동 전투를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는 지난달 다부동 전투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역사 교과서에 전투 과정을 실어달라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로 '다부동 전투'를 꼽는 이들이 많다. 다부동 전투는 6·25전쟁 당시 최초의 한미 연합작전이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혈투다.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선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 2만1천여 명은 대구 점령을 목표로 남하했고, 국군과 미군 등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천200여 명으로 이를 막아냈다.

55일 동안 국군과 유엔군은 1만여 명, 북한군은 1만7천여 명이 전사하거나 다쳤다. 이 전투로 패색이 짙던 전쟁은 반격을 넘어 북진으로 돌아섰고, 인천상륙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진보 진영이 집권하면서 교육과정 개편으로 6·25전쟁의 비중은 낮아졌고, 중·고등 교과서에서 적게는 8줄, 많게는 1장 반 수준으로 다뤄지고 있다. 심지어 다부동 전투와 관련한 내용은 한 줄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주호 장관이 김재욱 군수와 면담에서 교과서 편찬 기준에 따라 다부동 전투의 수록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양 날개인 평화와 안보를 균형감 있게 다루는 교과서가 집필되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양 날개로 날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준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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