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섬뜩" 산속에 방치되는 무덤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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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6 07:25  |  수정 2023-06-16 10:31  |  발행일 2023-06-16 제9면
"조상묘지 관리" 57%에 그쳐
무연분묘까지 늘어나는 추세
개장신고 없으면 파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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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검무산 등산로 옆에 위치한 봉분에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등산로에 있는 무덤들 중 관리가 안 된 것이 많습니다. 보기가 좀…."

등산이 취미인 김상두(33·가명)씨는 등산로 주변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무덤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일주일에 서너 번 체력 단련을 위해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경북도청 뒤쪽 검무산을 오르다 보면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김씨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주로 산을 타는데 등산 중 관리가 안 된 무덤을 볼 때마다 가끔 섬뜩한 기분이 든다"라며 "대부분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그대로 방치된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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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에서 자란 잡풀이 1m 가까이 자랐다. 오주석 기자
실제로 경북경찰청 뒷길에서 검무산(331.6m) 정상, 경북도청으로 향하는 등산로 2㎞ 구간엔 한눈에 봐도 관리 상태가 엉망인 무덤이 간간이 보였다. 최근 잇따른 비로 봉분에서 자란 잡풀이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자란 곳도 있었다.

이처럼 산속에 방치되거나 버려진 무덤에 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누가 묻혀 있는지, 관리인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무연분묘'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18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상 묘지를 관리하는 국민은 57.4%에 불과했다. 증조부 묘까지 관리하는 국민은 1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조부모 이상 선대 조상 묘지를 돌보지 않는 국민이 10명 중 8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무연분묘 현황을 알 수 있는 통계도 부족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년째 방치된 개인 무덤은 묘지에 풀이 무성히 자라 일반 땅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안동시 풍천면 관계자는 "일일이 개장 신고를 접수하지 않는 한 산속에 무덤이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다"라며 "개인 소유의 땅인 만큼 관리 상황을 지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의 변화로 인해 무연분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매장 장례나 성묘 등 유교적 미풍양속을 따르던 세대가 줄고 1인 가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며 "사람들에게서 잊힌 무연분묘를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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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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