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모든 정권에게 외면 당하거나 이용만 당했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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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5 19:31  |  수정 2023-06-26 07:12  |  발행일 2023-06-26
하늘에 있는 전우 생존장병 자랑스럽게 떳떳히 살 수 있길
훗날 다시 만나 그들 몫까지 최선 다하고 왔다 말하고 싶어
천안함 피격사건 발목에 2021년 3월 명예 진급 뒤 대령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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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지난 22일 영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피격 후 천안함 승조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한 13년간의 시간에 대해 설명했다. 최원일 전 함장 제공

6·25전쟁 73주년을 맞아 영남일보가 지난 22일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1968년 대구에서 출생한 최 전 함장은 청구고를 졸업했으며 해군사관학교 45기로 임관했다. '원일'이란 이름은 해군 수병(水兵) 출신인 아버지가 지었다. 아들이 초대 해군참모총장인 고(故) 손원일(1909~1980) 제독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 전 함장은 2021년 30년 군 생활을 마감한다. 천안함 폭침 때 받은 징계로 인사 때마다 승진에서 탈락하다 끝내 명예 진급 뒤 대령으로 전역했다. 그는 현재 천안함 장병의 명예 회복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2021년 2월28일 전역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는데, 사회에 나와 보니 천안함에 대해 생각보다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역한 그해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의 천안함 재조사 시도가 있어서 이에 대해 항의하고 대응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우와 유족을 괴롭히는 일들이 생겼다.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전역 후 지금껏 직장은 가져보지 못했다. 나와 생존장병은 '326호국보훈연구소'를 설립했다.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예우 등 보훈지원과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2022년 3월 국가보훈처 승인을 받아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작년 12월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공익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가를 받았고, 많은 분의 관심 속에 모인 후원금으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당시 고통에서 벗어나기 참 어려웠을 것 같다.
"처음에는 술과 담배로 버티다가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운동, 등산을 통해 체중관리와 건강관리를 하며 극복하고 있다."


▶생존 장병과는 만나는가.
"다들 각 지역에 분산돼 살고 있어서 자주는 못 만나지만 지역별로 소모임 등을 하고 있다. 매년 3월과 6월에 주기적으로 만나 교류하고 있으며 수시로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희생장병들이 자주 떠오를 것 같다.
"자나깨나 먼저 간 전우들이 떠오르고 보고 싶다. 더 이상 그들의 희생이 폄훼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킬 것이다. 죽은 자의 명예가 자랑스럽고 살아남은 자들의 눈물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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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전 함장이 지난 22일 영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천안함 승조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보낸 시간들을 담당히 설명했다.  최원일 전 함장 제공
▶여전히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자폭은 우리가 스스로 폭침을 했다는 뜻인데, 우리가 전우들을 죽였다는 것인데 심각한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분들이 천안함 같은 군함을 타봤는지, 민군합동조사단 73명보다 전문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을 지키던 군인들을 더 이상은 모욕하지 말았으면 한다."


▶야당의 천안함 발언에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 같다.
"초기에는 좌초니 자폭이니 음모론으로 천안함을 공격하더니 이제는 나의 책임론으로 바꾼 것 같다. 물론 나는 지휘관으로서 무한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경계 실패'라는 부분(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 나의 책임을 묻기에 앞서 정전상태에서 자국의 군함과 군인을 야비하게 기습공격한 북한에 먼저 책임을 묻기 바란다. 해군함정은 함장이든 승조원이든 모두가 한배를 탄 전우이며 함장인 나의 지휘와 전 승조원의 팀워크로 임무를 수행한다. 나를 모욕하는 것은 전사자를 포함한 천안함 104명 전체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과 악플러들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나는 권 수석대변인을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이재명) 당 대표 사과 등 5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계속 사과를 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발언과 표현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입장 표명을 않으면 '천안함 자폭' '함장이 부하들 다 죽였다'고 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법치,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법과 국민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현충일 당일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항의했는데.
"현충일 추념식에 참가한 유족과 함께 항의했다. 서울현충원 추념식장에 나도 보훈부의 정식 초청을 받아 주빈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행사를 다 마치고 추념행사인 만큼 소란을 피우는 것은 부적절할 것 같아 조용히 당대표에게 가서 "수석대변인 발언대로 제가 부하들을 죽였습니까? 북한입니까? 대변인은 당과 당대표님의 생각을 전하는 사람이죠. 사과하시고 입장을 밝혀 달라"고 면담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원내대표에게도 같은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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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전 함장은 지난 22일 영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13년간 고통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최원인 전 함장 제공
▶천안함 피격을 두고 정권마다 해석이 많이 달랐다.
"어느 정권 때 특히 힘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 똑같았다. '외면' 아니면 '이용' 이 두 단어였다."


▶지난 정부는 사실상 평화를 추구했지만 안보를 버렸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정부를 꼬집어 탓하기는 싫다. 과연 여태 모든 정권이 천안함을 위해 무엇을 했나 묻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프랑스 파리산책 당시 '천안함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했다.
"대통령의 천안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보며 감사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의지가 있는데 당·정·대는 별 관심이 없어 보여 씁쓸하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올바른 교훈을 도출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의 주장을 믿는 일이 있는 한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는 언제든 일으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천안함으로 정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생존 장병과 희생된 장병들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는 그날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더 이상 주눅들지 말고 자부심을 갖기를 바라고 하늘의 전우들이 부디 편안히 쉴 수 있고 훗날 다시 만나는 날 나는 그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고 왔노라 말하고 싶다."


▶천안함이 국민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천안함 피격 사건을 기억해 주고 장병과 가족을 걱정하고 격려해 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하늘에 있는 46인의 전우와 58인의 생존 장병의 부모, 자녀들이 더 이상 주눅들지 않고 천안함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들어 언론에 기사가 나오고 여전히 악플이 만연하고 있다. 천안함과 생존장병들에 대한 모욕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으면 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이 따뜻한 방에서 쓰는 악플에 힘들어 하는 천안함 유족과 생존장병이 있다는 것을 국민이 기억해 주면 한다."


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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