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남서쪽 2㎞ 해상. 최원일(54) 중령이 함장으로 있던 포항급 초계함 PCC-772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두 동강 났다. 배는 침몰됐고 장병 46명은 불귀의 객이 됐다. 58명이 현장에서 구조됐지만 그들 또한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그로부터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인의 기억에서 천안함은 점차 잊혀져 갔고, 또 한편으로는 좌초설, 미군 오폭설, 유실 기뢰설, 암초 충돌설 등 13년째 각종 음모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이념적 갈등을 악용하는 정치권과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 태도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안 잠잠하던 천안함 피격사건은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이래경 혁신기구위원장의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 혁신위원장이 선임 9시간 만에 자진사퇴했지만 이후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천안함'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됐다. 부하 46명을 가슴에 묻은 최 전 함장은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다. 그는 국민에게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희생 장병이 제대로 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겐 그 어떤 정치적 논리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 전 함장은 "하늘에 있는 46인의 전우와 58인의 생존 장병의 부모, 자녀가 더 이상 주눅들지 않고 천안함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날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더 이상 주눅들지 말고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하늘의 전우가 편안히 쉴 수 있고 훗날 다시 만나는 날 저는 그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고 왔노라 말하고 싶다"며 애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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