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대구 드디어 일어서는가, '평균을 넘어라'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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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3  |  수정 2023-07-06 16:24  |  발행일 2023-07-03 제26면
1인당 생산 30년 꼴찌 대구

원인은 만성적 평균 하회

역대 시장 산업혁신 고민

2021년부터 반전의 조짐

홍 시장 굴기, 빛을 볼지도

[박재일 칼럼] 대구 드디어 일어서는가,  평균을 넘어라
박재일 논설실장

대구가 마침내 벌떡 일어서는 걸까. 대구의 경제성장률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시장 체제 이후 3분기 연속으로 전국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대구는 알고 보면 자랑스러운 도시이지만 뼈아픈 구석이 있다. 1인당 총생산(GRDP)이다. 1985년 대구의 총생산은 3조8천억원이었다. 35년 후인 2020년 57조7천억원으로 올라섰다. 북한의 총생산 35조9천억원을 넘는다. 그런데 인구로 나눈 수치(2천300만원)는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1992년 이래 무려 30년 동안. 이게 한 지역경제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수치의 시사점을 전부 부인하기 또한 어렵다.

왜 꼴찌가 됐는가. 답은 평균을 하회하는 체질이 고질화된 탓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주말 시리즈에서 매번 1승2패면 결국 꼴찌로 추락하는 이치와 같다. 지난 30여 년의 통계를 보면 대구의 경제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넘어선 해는 손꼽을 정도다. 묘하게도 대구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부터 평균 하회의 고질병이 생겼다. 그해 대구의 성장률은 7.7%로 나쁘지 않았지만, 한국 전체의 성장률은 경이적인 12.1%였다. 특이한 연도는 2016년이다. 대구 실질성장률은 -0.3%였다. 전국은 2.9%. 불편한 진실이지만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으로 옮긴 이유가 컸다.

대구 경제가 뒤처진 이유에는 여러 분석이 있다. 섬유, 건설로 대표되는 전통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못한 배경을 꼽는다. 경제적 요인을 넘어 한쪽 정당을 편애해서 그렇다는 야유마저 있다. 혹자는 생산보다 소득에서는 대구가 괜찮아 견딜 만하다고 한다. 실제 그런 측면이 있다. 대구는 구미, 포항이란 배후 공업도시를 위성도시로 두고 있다.

홍준표 시장 이전에 김범일, 권영진 두 전직 시장은 8년씩 재임했다. 김 시장은 매출 1조 기업, 조(兆) 단위 프로젝트 유치를 노래처럼 되내었다. 전국 최초의 스타기업 발굴도 그때 시작됐다. 권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AI, 로봇, 물산업, 의료 등 이른바 5+1 신성장 산업에 집중했다. 두 전직시장 재임 16년 동안 지능형자율주행시험장, 로봇진흥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 단지, 물클러스터는 그래서 탄생했다. 홍 시장 체제도 그걸 알고 있다. 대구 굴기를 기치로 반도체 설계기업에서부터 발레오, 베어로보틱스 등 미래 신산업분야 유치에 단기간 몰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이 되려면 한꺼번에 풀리는가. 코로나 기간인 2021년 대구 성장률은 4.4%로 전국 4.2%를 넘으면서 11년 만에 최고치였다. 스타 회사도 떴다. 2차전지의 엘앤에프다. 2020년 3천억원대 매출액이 올해 무려 6조4천억원을 예상한다. '무려'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한다. 대구 총생산의 10%를 넘는다. 매출 1천억 클럽 기업이 100개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강소기업의 성장이다. 희망고문으로 전락한 대기업 유치는 폐기하고, 대구 본거지 중소기업 육성이 낫다는 논리가 힘을 받고 있다.

대구시가 내년 말쯤 발표되는 통계치에서 꼴찌 탈출이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자축할 일이다. 평균은 꾸준해야 한다. 10여 년 이상 지속한다면 대구가 대한민국 1등 경제도시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 스포트라이트는 어쩌면 대구 굴기를 내세운 홍 시장 뒤의 시장이 될 게다. 대구가 드디어 이륙(Take off)하는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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