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씁쓸한 특별기획전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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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4  |  수정 2023-07-24 06:55  |  발행일 2023-07-24 제26면
특별함에도 씁쓸한

포항제철소 특별기획전

방문객 발길도 뜸해

대한민국 산업화 역사 담은

기획전에 특별한 관심을

[김기억 칼럼] 씁쓸한 특별기획전
김기억 서울본부장

지난 4일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3층에서 '포항제철소 종합준공 50주년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특별기획전은 말 그대로 특별하게 기획해서 마련된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내용과 의미는 분명 특별한데 아쉽고 씁쓸함이 가득하다.

경북도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기념재단)이 주최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박정희 대통령과 철의 사나이들'이다. 서거 44주년을 맞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시회 내용 대부분은 포스코의 역사로 채워져 있다. 이번 전시회는 개막전부터 삐걱거렸다. 전시회 주최와 장소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포항지역 5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이 행사가 포항제철소 종합준공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인 만큼 포스코가 주최자가 되고, 포항에서 개최돼야 마땅함에도 대통령실과 가까운 서울에서 개최하게 됐다"면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일부 정치인들의 사욕까지 거론했다. 이 탓에 특별기획전 개막식은 기념재단 관계자와 극히 일부 인사들만 참석한 채 조촐하게 치러졌다. 당초 개막식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최정우 회장, 초청 인사 등이 참석해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논란 후 특별전시회는 무관심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식에 이어 두 번째로 특별기획전을 찾았다. 30분 남짓 전시관을 둘러보는 동안 같은 공간에는 10명도 머물지 않았다. 그중 몇몇은 외국인이었다. 전시관에는 안내자도 없었다. 반면 인접 다른 전시관에는 꽤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기념재단 측은 최근 평일 하루 250여 명이 찾는다고 했다. 전쟁기념관을 찾는 방문객은 평일 5천여 명, 주말 1만5천여 명이다. 전체 방문객의 5% 정도가 특별기획전에 들른다는 얘기다. 포스코 관계자들이 전시회를 찾았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대구경북 정치인들의 방문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가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주최자와 장소도 중요하지만 관심과 참여,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과 귀한 자료도 접할 수 있다. '종이 마패'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1970년 2월 당시 박태준 사장이 제철소 건설을 위해 본격적인 설비 구매에 나섰으나 국내외의 압력에 직면하자 박정희 대통령에게 설비 구매 재량권 부여를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을 담아 박 사장이 작성한 문서에 서명한다. 이 문서는 각종 외압을 차단해 합리적으로 설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포항체절소 공기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훗날 이 문서는 '종이 마패'로 불렸다. 박 사장은 단 한 번도 이 마패를 사용하지 않았다. 박태준 회장이 1992년 10월3일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보고를 한다. 이때 박 회장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박 회장은 묘소 참배 후 이틀만인 10월5일 임직원들의 만류에도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박 전 대통령 추모메달 3종도 전시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포스코를 떼놓고 대한민국 산업화를 논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전시회의 의미는 크다. 주최가 포스코가 아니고 장소가 포항이 아닌들 어떤가. 지금은 탓할 때가 아니라 관심을 가질 때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월9일까지 계속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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