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금계탕(金鷄湯)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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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4  |  수정 2023-07-24 06:54  |  발행일 2023-07-24 제27면

옛말에 복날 더위는 쇠(鐵)도 굴복시킨다는 말이 있다. 삼복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자로 복(伏)은 개(犬)가 낯선 사람(人)을 보고 달려들기 위해 잔뜩 엎드려 있는 형태를 표현했다고 한다. 지난 21일은 한여름 삼복(三伏) 중 두 번째인 중복이었다. 코로나19를 물리친 올해 삼복 기간에는 지긋지긋한 장마와 후덥지근한 날씨로 더위를 이겨낼 보양식을 유난히많이 찾았다. 우리나라 서민 보양식 중에서 구하기 쉽고 몸에 좋은 약재와 인삼, 마늘, 찹쌀 등 영양재료가 잔뜩 들어간 삼계탕은 최고다. 필자도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고지방과 고단백 음식으로 보충하기 위해 중복에 지인과 함께 변두리 주변 삼계탕집을 찾았다. 올해는 무엇을 먹을까를 놓고 한동안 고민했다. 최고의 보양식일지라도 치솟는 물가 탓에 쉽게 지갑 열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만원 아래였던 일반 삼계탕은 1만5천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복, 낙지 등 해산물이 들어간 고급 삼계탕은 2만원 이하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4인 가족 기준 삼계탕 가격은 6만∼8만원으로 삼계탕이 아니라 금계탕이 됐다. 전문 가격조사 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삼복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생닭, 수삼, 찹쌀 등 4인 가족 기준 삼계탕 재료 7가지를 조사한 결과, 3만4천860원이었다. 1인분으로 환산하면 8천720원이다. 이는 지난해 3만1천340원에 비해 11.2%, 코로나19 직전 2019년보다는 무려 42.9%나 오른 것이다. 초·중복 삼계탕이 금계탕으로 변해 점점 서민들이 찾기 어려운 음식이 될까 걱정된다. 내달 10일 말복에는 우리 모두가 삼계탕 한 그릇을 마음 놓고 먹었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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