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시장 예상과 부합 '영향 제한적'

  • 손선우,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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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8  |  수정 2023-07-28 07:21  |  발행일 2023-07-28 제3면
미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상

당장 시장 영향은 없어...향후 인상은 부담

향후 한·미 금리차 2.25%p, 한은 셈법 복잡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시장 예상과 부합 영향 제한적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 가운데 27일 코스피는 11.45포인트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3.2원 오르며 1,277.7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을 단행하면서, 미 기준금리는 5.25%→5.5%로 높아졌다.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3.0%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여전히 연간 물가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는 게 인상 이유다. 올 들어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동결(3.5%)한 한국은행으로선 곤혹스럽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역대 최대격차다.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 당장 금리차 영향 없어, 향후 인상은 부담
2%포인트로 벌어진 한미간 금리 격차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가늠하기 어렵다. 보통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환율은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는다. 더욱이 올 상반기 무역적자가 263억1천만달러에 달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시장 평가 때문에 달러가 한동안 약세를 보였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시장엔 경계심리가 고조됐다. 오는 9월 FOMC에서도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교역국 사이의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실질실효환율에서 지난 3월 한국의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94.8로, 조사 대상 64개국 중 60위에 그쳤다. 기준선(100)보다 낮은 저평가 상태다. 원화의 상대적 가치와 구매력이 낮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64위인 일본과 콜롬비아, 튀르키예, 노르웨이뿐이었다.


연준의 이번 추가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긴축) 발언을 통해 먼저 예고됐었다. 때문에 아직 큰 여파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물가와 경기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 연준의 추가 인상 탓에 한·미간 금리 차이가 2%포인트가 벌어지게 돼 통화정책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시장 예상과 부합 영향 제한적

◆ 한은, 한·미 금리차 2.25%p, 되면 금리 인상 고민할 듯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진 뒤에도 원화 가치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원화 가치 상승·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뚜렷하다. 문제는 한·미 금리차가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면 당국 입장에서 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간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물가상승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최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기조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24일 열릴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불안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다. 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을 더하면 부동산 PF 관련 부실 등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터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권태용 한은 대구경북본부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확률은 20%를 밑돈다. 현재로선 확률이 낮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미간 금리 차이로 결정하지 않는다. 물가와 성장 등 다양한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필요시 시장 안정조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 FOMC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주식·채권시장은 견조한 투자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단기자금시장 금리도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내외 금리차 확대 전망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 들어 22조원 이상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환율과 외화자금시장 역시 양호하다"고 했다. 한-미금리격차가 커지면서 외국인자금유출 등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대외부문평가 보고서를 통해 우리 외환보유액은 대외 불확실성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며 향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평가한 것도 인용했다.


하지만 경계심은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대내외 경제·금융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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