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측할 수 없는 사회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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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7  |  수정 2023-08-07 09:13  |  발행일 2023-08-07 제22면
[취재수첩] 예측할 수 없는 사회
오주석기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AI)이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는 시기로 2045년을 꼽았다.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앞으로 30년 안에 도래한다는 이야기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이미 7년 전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했다. 지난해에는 인간과 소통하는 대화형 AI 챗GPT가 출시되어 다시 한번 세상을 깜작 놀라게 했다.

학자들은 지금을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정의하고 저마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장 내일 아침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우리들의 삶이다.

지난달 경북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재난 구호 쉘터에서 만난 한 부녀는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현실이 됐다. 비 오는 날 목숨을 걸고 어머니를 업은 채 대피하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혀를 찼다. 최근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린 폭우로 한순간에 수재민이 된 이 부녀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취재 과정에서 부녀를 한동안 바라보다 문뜩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재난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도 당장 내일의 날씨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기상청을 '구라청(?)'이라고 부르겠는가. 첨단 기술만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일지도 모른다. 기술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재난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을 극복하고 지금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각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사태를 직감하고 마을 주민들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 경북 영주의 한 마을 이장과 같은 분이 우리 주변에 더욱 많이 필요하다.

흔히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나기 전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가벼운 실수가 발생한다고 한다. 깨어있는 정신으로 중무장한 '이름 없는 영웅'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길 기대한다.오주석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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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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