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는 친형인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노숙자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출연·홍보활동 함께해요"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형제의 힘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에 동생인 배우 엄태구가 '노숙자'로 특별출연한 것. 엄태구는 단 2장면에 불과하지만 강인한 눈빛연기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카메오지만 이례적으로 박서준·박보영 등 주역들과 무대인사에도 동참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엄태구가 형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형의 감독 입봉작인 '잉투기'를 비롯해 '가려진 시간'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형제 간 우애를 과시해 왔다. 엄 감독은 "(노숙자 역할은) 영화 중간에 등장해 극의 흐름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엄태구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존재감 있는 배우가 맡으면 영화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엄태구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 7편째 공동작업
충무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형제 영화인은 '류승완 감독-류승범 배우'이다. 형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연출하면서 동생인 류승범을 배우로 데뷔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형은 '모가디슈' '베테랑' '밀수' 등 여러 편을 히트시키며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났지만, 감독 초반기에는 궁핍했다. 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 경제적 여건이 굉장히 어려웠다. 특히 배우 쓸 돈이 없어서 저도 출연했고, 친한 친구를 배우로 쓰기도 했다. 양아치 역할을 할 배우를 도무지 구할 길이 없어 힘들어하면서 집에 들어갔는데 웬 양아치 한 명이 방에 누워있더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가 함께 작업한 영화는 이미 여러 편이다. 첫 작품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형제는 이후 '부당거래' '베를린' 등 총 7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한국영화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의 백승환(맨왼쪽) 감독, 백주환(맨 오른쪽) 배우가 나란히 레드카펫에 섰다. <백승환 감독 제공> |
◆새롭게 떠오르는 형제 영화인
뮤지컬 영화 '메리 드라이버:더 뮤지컬'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새로운 형식, 감각적 연출로 평단의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을 만든 백승환 감독은 무대공연을 스크린화한 게 아니라, 무대극을 하나의 영화 형식으로 풀어내 관객을 사로잡은 것. 특히 대리기사와 손님으로 만난 세 남자의 인연을 빌려 한국 근현대의 문화와 풍경을 춤과 노래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완성도와 함께 백승환 감독과 주연배우인 백주환이 형제 영화인이라는 사실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형 백승환 감독은 제43회 독립단편영화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촉망받는 영화인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오래 활동한 그는 위트와 재기발랄함,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연출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생 백주환 역시 눈빛이 살아있는 연기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군산' '물괴' '셜록홈즈' '뮤지컬 그리스' 등 공연과 영화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다르덴 형제'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 1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는 감사영상을 보내왔다. <영화사 진진 제공> |
◆전주영화제 벨기에 거장 형제 감독
영화계를 빛낸 형제파워는 국내 영화인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특별한 게스트의 참여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총 42개국 247편의 영화가 월드프리미어로 소개된 올해 축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벨기에 출신의 거장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감독이 만든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였다. 어른들의 폭력과 착취에 내몰린 아프리카계 이민자 남매의 처절한 삶을 그린 영화로 커다란 잔향을 남겼다.
매 작품을 형과 동생이 함께 만들어 '다르덴 형제'로 불리는 이들은 '칸'이 인정한 대표적인 작가주의·예술영화의 거장이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기법의 사회 고발 영화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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