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빛나는 형제愛…'영화 감독·배우로 함께 작업'

  • 김은경
  • |
  • 입력 2023-08-17  |  수정 2023-08-17 05:53  |  발행일 2023-08-17 제17면
엄태화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

동생 엄태구 '노숙자' 역할로 존재감

감독 류승완·배우 류승범, 7편 호흡

뮤지컬 영화로 두각 백승환·백주환

전주영화제 개막식 빛낸 형제 감독

영화계에 '형제파워'가 뜨겁다. 한집안에서 성장한 형과 동생이 나란히 영화계에서 활동하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때로는 각자, 때로는 함께 작업하는 형과 동생은 서로의 작품을 위해 홍보활동을 함께 펼치며, 끈끈한 우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류승완-류승범, 엄태화-엄태구 형제에 이어 떠오르는 신예 영화인 형제까지 눈에 띄는 충무로의 형제파워를 살펴본다.

스크린 속 빛나는 형제愛…영화 감독·배우로 함께 작업
배우 엄태구는 친형인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노숙자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출연·홍보활동 함께해요"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형제의 힘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에 동생인 배우 엄태구가 '노숙자'로 특별출연한 것. 엄태구는 단 2장면에 불과하지만 강인한 눈빛연기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카메오지만 이례적으로 박서준·박보영 등 주역들과 무대인사에도 동참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엄태구가 형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형의 감독 입봉작인 '잉투기'를 비롯해 '가려진 시간'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형제 간 우애를 과시해 왔다. 엄 감독은 "(노숙자 역할은) 영화 중간에 등장해 극의 흐름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엄태구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존재감 있는 배우가 맡으면 영화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엄태구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 7편째 공동작업

충무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형제 영화인은 '류승완 감독-류승범 배우'이다. 형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연출하면서 동생인 류승범을 배우로 데뷔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형은 '모가디슈' '베테랑' '밀수' 등 여러 편을 히트시키며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났지만, 감독 초반기에는 궁핍했다. 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 경제적 여건이 굉장히 어려웠다. 특히 배우 쓸 돈이 없어서 저도 출연했고, 친한 친구를 배우로 쓰기도 했다. 양아치 역할을 할 배우를 도무지 구할 길이 없어 힘들어하면서 집에 들어갔는데 웬 양아치 한 명이 방에 누워있더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가 함께 작업한 영화는 이미 여러 편이다. 첫 작품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형제는 이후 '부당거래' '베를린' 등 총 7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한국영화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스크린 속 빛나는 형제愛…영화 감독·배우로 함께 작업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의 백승환(맨왼쪽) 감독, 백주환(맨 오른쪽) 배우가 나란히 레드카펫에 섰다. <백승환 감독 제공>

◆새롭게 떠오르는 형제 영화인

뮤지컬 영화 '메리 드라이버:더 뮤지컬'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새로운 형식, 감각적 연출로 평단의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을 만든 백승환 감독은 무대공연을 스크린화한 게 아니라, 무대극을 하나의 영화 형식으로 풀어내 관객을 사로잡은 것. 특히 대리기사와 손님으로 만난 세 남자의 인연을 빌려 한국 근현대의 문화와 풍경을 춤과 노래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완성도와 함께 백승환 감독과 주연배우인 백주환이 형제 영화인이라는 사실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형 백승환 감독은 제43회 독립단편영화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촉망받는 영화인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오래 활동한 그는 위트와 재기발랄함,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연출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생 백주환 역시 눈빛이 살아있는 연기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군산' '물괴' '셜록홈즈' '뮤지컬 그리스' 등 공연과 영화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스크린 속 빛나는 형제愛…영화 감독·배우로 함께 작업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다르덴 형제'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 1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는 감사영상을 보내왔다. <영화사 진진 제공>

◆전주영화제 벨기에 거장 형제 감독

영화계를 빛낸 형제파워는 국내 영화인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특별한 게스트의 참여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총 42개국 247편의 영화가 월드프리미어로 소개된 올해 축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벨기에 출신의 거장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감독이 만든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였다. 어른들의 폭력과 착취에 내몰린 아프리카계 이민자 남매의 처절한 삶을 그린 영화로 커다란 잔향을 남겼다.

매 작품을 형과 동생이 함께 만들어 '다르덴 형제'로 불리는 이들은 '칸'이 인정한 대표적인 작가주의·예술영화의 거장이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기법의 사회 고발 영화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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