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본부장 |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법무부로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공소장을 제출받았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19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9월18일 김 전 실장 주재로 대통령비서실 '에너지 전환 TF(태스크포스)'가 열렸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남짓 전이었다. 김 전 실장 등은 이날 회의에서 "공론화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권고할 경우 탈원전 정책 추진이 좌절돼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 대책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백지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론화위원회는 10월20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후 월성 1호기 폐쇄 작업은 급물살을 탔고, 결국 2019년 12월24일 영구 가동이 중지됐다. 7천억원을 들여 고쳐 2022년까지 가동이 연장 승인 난 멀쩡한 원전이 '대통령 리더십 유지' 명분 앞에 맥없이 멈춰선 것이다. 단순 계산해도 대통령 리더십 유지를 위해 국민세금 7천억원을 쓴 셈이다. 여기에 월성 1호기 가동 연장에 따른 추가 전력 생산 손실 등을 감안하면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 산업의 근간을 흔든 단초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쓰인 직·간접적 비용은 환산하기조차 힘들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한하다. 결단력과 절제력, 통합과 소통, 책임감과 도덕성, 시대 정신을 이끌어갈 예지력, 애국심 등 아무리 나열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애국심이 으뜸이다.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익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신념마저도 버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같은 진영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였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익보다 이념을 빈번히 앞세웠다.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념 앞에 국익도 과학도 무력했다. 그 결과 멀쩡한 원전이 멈췄고, 우량 공기업 한국전력은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내는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이 메울 수밖에 없다. 잘못된 대통령 리더십의 폐해는 크고 오래간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행히 탈원전 정책은 멈췄다. 원전 가동률도 높아졌다. 그 덕분에 지난 7~8일 오후 3시 기준 한 시간 평균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인 100GW(기가와트)를 초과했지만 예비 전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한전도 2분기 영업손실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줄인 데 이어, 3분기에는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관련,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주요 현안이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특별법' 통과가 시급하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국내 원전은 7년 후 순차적으로 멈춰야 한다. 각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원전 사용후 핵연료)을 임시 저장하는 수조의 포화 시점이 2030년 영광 한빛원전부터 도래하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통과돼야 방폐물을 저장할 영구처분장 등을 건설할 수 있고, 원전을 지속 가동할 수 있다. 새로운 전기를 맞은 국내 원전 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