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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형 문화평론가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냥 잘한다 수준을 넘어서서, 이 기세대로 가다가는 MVP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성급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식 통계를 잘 모르는 클래식한 야구팬들은 이런 이야기가 난처하기 그지없다. 고작 홈런 10~20 사이를 치는 2할 8푼 타자가 무슨 메이저리그 MVP냐 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왜 김하성이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지와 관련된 통계적 상식 몇 가지를 풀어볼까 한다.
가장 먼저 타율은 요즘 야구판에서 '거짓 우상'이라 불리는 지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3할 타자와 2할 4푼 타자가 있다고 치자. 그냥 옛날 시각으로 보면 3할 타자가 훨씬 좋은 타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그 3할 타자가 단타만을 치는 '똑딱이' 타자인 데 반해, 2할 4푼 타자가 홈런 30개에 출루 머신이라면 무조건 2할 4푼 타자가 더 가치 있는 선수이다. 비유적으로 보자면 이런 것이다. 고스톱에서 승률(타율)은 의미가 없다. 실제로 돈을 얼마나 크게 먹었느냐(장타율) 혹은 얼마나 덜 잃었느냐(출루율)가 중요한 것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중요하니 그 둘을 그냥 더한 'OPS'라는 수치는 더욱 더 중요하다. 이 수치는 7할대가 대충 평균으로, 6할대면 '못한다', 8할대 이상이면 '잘한다' 정도로 해석하면 그럭저럭 맞다. 김하성은 현재 0.800을 넘기고 있는 상태이고, 이것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30위권 정도의 랭크이다. MLB의 팀이 30개이니 단순 배트만으로도 한 팀에서 짱을 먹을 수준은 된다는 말.
그다음은 WAR이라는 통계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라고 번역되는데 쉽게 말하자면 어떤 선수가 팀에 몇 승쯤을 추가로 가져다 줬는지를 보는 지표다. 만약 홍길동의 WAR가 2.3이라면 그 팀은 홍길동을 주전으로 써서 추가적으로 2.3승을 올린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올해 김하성은 bWAR 기준 6, fWAR 기준 4를 넘겼다(앞 소문자는 그 통계를 산출하는 기관의 이름). 보통 메이저 주전의 WAR가 2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각각 3인분, 2인분 노릇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 결과 bWAR에서 김하성은 투수 포함 메이저리그 전체 2~4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fWAR에서도 전체 야수 중 10위권 안에 들 정도다. 30위권 타자인 김하성의 성적표가 왜 이렇게까지 높아졌냐면, 바로 '수비'라는 잘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가 이 지표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DRS는 한 선수가 수비로 몇 점을 막았느냐를 보는 지표이다. 여기서도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지표는 육안이 동원되는 등 아직 미성숙한 측면이 있어서 여러 가지 통계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타구 난이도별 포구 성공을 기반으로 한 '평균 대비 아웃'인 OAA에서도 김하성은 동 포지션 1~2위, '수비 범위 실점 방어'를 나타내는 UZR에서도 리그 평균 이상이다. 명실상부한 골드 글러브급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기 드라마 CSI 라스베이거스의 길 그리썸 반장은 "반장님은 스포츠를 좋아하시지 않으면서 야구는 왜 보세요?"라는 부하 대원의 질문에 이런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야. 통계지." 확실히 야구는 통계를 아는 만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물론 편안하게 '타율' '타점'이나 논하면서 늙고 싶은 것이 나 같은 올드팬들의 심리다. 그러나 김하성이 잘한다고 하니, 그 덕에 몇 가지 배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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