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다:행복한 대구교육 이야기' 공모전 수기 '동상'] 스카이 이글스, 나 ~ 아이스! 다 행복 하키!-제갈 승헌 (영신초등 5학년 학생)

  • 제갈 승헌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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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1  |  수정 2023-08-21 07:57  |  발행일 2023-08-21 제13면
"우리는 한 몸·한 마음·한 팀"…협동의 의미 가르쳐준 아이스하키

[2023 다:행복한 대구교육 이야기 공모전 수기 동상] 스카이 이글스, 나 ~ 아이스! 다 행복 하키!-제갈 승헌 (영신초등 5학년 학생)
〈게티이미지뱅크〉
[2023 다:행복한 대구교육 이야기 공모전 수기 동상] 스카이 이글스, 나 ~ 아이스! 다 행복 하키!-제갈 승헌 (영신초등 5학년 학생)
제갈 승헌 (영신초등 5학년)

"나이스 골리!"

아이스링크장에서 함성이 떠나갈 듯 울려 퍼진다. 우리 팀 골리가 정말 어려운 골을 막아내고야 말았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축구에서 말하는 골키퍼 역할을 하는 친구를 골리라고 말한다. 골리는 온몸을 던져 상대 팀의 골을 막고 또 막는다. 우리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대구 스카이 이글스'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팀은 하나가 되어, 서울의 한 아이스링크장에서 서울팀과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며, 며칠 동안 계속된 강행군에 형들도 친구들도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서로를 믿으며 의지하며 결승까지 올라왔다. 우리는 반드시 우승 메달을 가지고 대구에 내려가자며 서로를 응원한다.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우리 5학년 선수 중 대부분은 유치원생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가장 늦게 시작한 친구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고 한다. 나는 그보다 한참 늦은 초등학교 3학년 말, 거의 4학년에 시작했으니, 한참 뒤였다. 지금까지도 내 뒤에 들어온 친구가 더는 없는 것으로 보아, 나의 시작은 아이스하키의 세계에서는 무척이나 뒤늦은 것이었나 보다.

"혼자 돋보이겠다는 욕심 금물
믿음직한 선수 되기 위해 노력
6명의 선수 하나처럼 움직이며
패배의 아픔·승리의 기쁨 만끽
역전과 성장의 드라마 써내려가"


다양한 운동을 해 보았지만, 아이스하키만큼 특별한 운동은 없는 것 같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다리로는 스케이트를 타야 하고 팔로는 스틱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팔과 다리, 손과 발 어느 하나 자유롭지 않다. 스케이팅을 자유자재로 타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스틱으로 퍽을 드리블하고 슛을 쏠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정복하기 쉽지 않은 운동이다.

이런 아이스하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하키가 바로 팀 운동이라는 점이다. 아이스하키 경기는 5명의 플레이어와 1명의 골리가 한 조를 이루어 시합을 치른다. 2명은 수비를 맡은 디펜스 라인이고, 3명은 공격수인 포워드 라인이다. 말 그대로 수비수는 주로 수비를 맡고, 공격수는 공격을 통해 득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골리가 골대를 지킨다. 시합에서는 이 6명의 선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한다. 서로 손발을 맞춰 물 흐르듯 합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이다. 믿음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물론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내가 혼자 슛을 쏘아 점수를 올릴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상대 팀도 플레이어가 5명이기 때문에 혼자 치고 나가 골까지 연결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퍽(아이스하키의 공)을 우리 팀 공격수나 수비수에게 패스로 연결해야 골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친구에게 혹은 형이나 동생에게 패스했을 때, 그 선수가 그 공을 지켜내고 나 대신 슛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혹은 그 친구가 비록 슛으로 성공시키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내가 가진 퍽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다.

반대로 우리 팀의 골리가 자칫 상대 팀의 슛을 막아내지 못한다 해도 원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으니, 우리는 괜찮다'라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하고, 골리의 속상한 마음을 우리의 서운한 마음에 앞서 배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한팀으로서의 플레이다.

아이스하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화려하게 골을 많이 넣는 우리 팀의 형을 존경스러워했다. 퍽을 가지고 홀로 달려나가 득점까지 이루어내는 빠른 스케이팅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 형이 물론 잘했지만,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 바로 디펜스 라인이었던 그 형이 퍽을 몰고 나갈 때, 그 빈 자리를 대신 채우러 들어간 공격 라인의 형들을 말이다.

공격수들은 본능적으로 골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러나, 수비를 담당해야 할 같은 팀 플레이어가 슛을 쏘러 나갈 때, 공격수 형들은 자신들의 열망을 누른 채, 묵묵히 그 선수의 플레이를 존중해주고, 배려하며 믿고 지지해 주었다. 그 친구의 빈자릴 메우며 대신 수비를 보면서 말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이제는 알기 때문에 그때 알아주지 못한 것이 지금 미안하다.

나는 아이스하키팀에서 왼쪽 날개를 담당하는 공격수이다. 비록 공격수이기는 하지만, 하키를 늦게 시작해 다른 친구들보다 기량이나 기술이 약하다. 그래서, 시합 동안 오래 뛰지 못하는 2조 선수로 투입될 때가 대부분이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약 4시간을 달려 올라가, 한 경기당 기껏해야 10~20분 정도 뛰며 두, 세 경기를 치르고 내려올 때가 많다. 어떨 때는 그마저도 뛰지 못할 때도 있었다. 벤치에 앉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멋지게 슛을 쏘는 우리 팀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게 주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라도 얼음 위에 스케이트를 내디딜 때, 내가 패스로 도움을 주어 같은 팀 플레이어가 슛에 성공했을 때, 상대의 퍽을 빼앗아 우리 팀 공격 라인에 건네주었을 때, 내가 그 시간에 잠시 뛰어서, 정말로 잘하는 1조의 선수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쉴 수 있을 때, 나는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나에게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야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6학년 때, 정말로 멋지게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4, 5학년 동생들을 이끌고 시합에 당당히 출전해서 멋지게 득점도 하고 빠르고 강한 스케이팅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내가 돋보이고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의 진정한 목표는 동생들과 친구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동료들에게 든든한 존재, 팀에 보탬이 되는 존재, 동생들의 플레이를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는 존재, 다른 동료들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내 존재가 팀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그런 플레이어 말이다.

또 다른 플레이어가 득점 욕심을 낼 때, 대신하여 기꺼이 그 친구의 자리에 가서 채워 줄 수 있는 성숙한 플레이도 하고 싶다. 상대 팀에게는 위협적이지만,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치고 언제나 정면승부 할 줄 아는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패배도 깨끗이 받아들일 줄 아는 정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욕심이고 야망이다.

팀 운동은 정말 특별하다. 운동 그 자체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준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고, 팀으로서의 우리를 위하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링크장 빙판 위에는 오직 우리만이 존재한다. 같은 두려움과 떨림 밑도 끝도 없는 막막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뿐이다. 그럴수록 우리 팀 동료들의 플레이를 자세히 관찰해야 하며, 친구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며, 나를 드러내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친구들을 믿고, 신뢰하며 배려해야만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서로 어쩔 수 없이 경쟁도 하지만, 시합에 나갔을 때는 한마음으로 화합을 해야 한다. 지친 서로를 다독이며, 결국 해낼 수 있다고 응원하며, 친구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되고, 나의 실력이 곧 우리 팀의 실력이 되는 특별한 관계이다.

우리는 함께 역전 드라마를 쓰기도 하고,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지만, 결국은 성장 드라마로 마무리한다. 굴욕적인 순간을 자주 마주하지만, 영광의 순간을 만났을 때 괴로웠던 기억들은 깨끗이 잊힌다.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나 자신의 성장이며, 행복이다!

오늘도 서울에서 우리 팀의 승전보가 들려온다. 개인 일정 때문에 이번 대회에 나는 비록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경기 실황을 지켜보며 우리 팀과 함께 승리의 짜릿함을 맛본다. 환상적인 팀워크로 전국의 많은 팀을 이기고, 마침내 결승전을 끝내는 순간, 대구 스카이 이글스의 이름이 전광판을 수놓는다. 당당하게 웃는 우리 팀 선수들의 모습이 화면 가득 비친다. 진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묻어난다. 객석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친구들이 트로피를 높이 치켜들며 환호한다.

나는 방 한편에 걸어둔 나의 유니폼을 쳐다본다.

나도 두 손을 높이 치켜든다.
제갈 승헌 (영신초등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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