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규 교수의 부동산 에세이] 부동산의 시장가격과 시장가치

  • 서경규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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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3  |  수정 2023-08-27 17:53  |  발행일 2023-08-23 제15면

[서경규 교수의 부동산 에세이] 부동산의 시장가격과 시장가치
서경규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불완전 경쟁시장이다. 이는 거래의 객체(대상)인 부동산의 특성과 거래의 주체인 당사자(매도인과 매수인)의 특성에 기인한다. 거래의 객체로서 부동산은 부동성, 영속성, 부증성, 개별성, 고가성, 용도 다양성, 가치형성요인 다양성과 변동성 등의 특성을 갖는다. 거래 주체로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당사자의 소수 또는 제한, 거래동기의 다양성, 부동산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특성을 가진다.

부동산시장이 불완전 경쟁시장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매매로 결정된 시장가격이 정상적인 시장가치를 완전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즉, 시장가격을 정상적 시장가치로 보고 부동산 활동에 그대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시장가치란 물건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거래를 위해 공개된 후 그 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한다.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될 때 가장 성립될 빈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는 가액이다.

2014년 9월에 진행된 구(舊)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액은 3조3천346억원 수준이었다. 최고가를 쓴 현대자동차그룹의 입찰가액은 10조5천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같이 입찰에 참여한 삼성전자는 5조원대의 입찰가액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선 당시 낙찰가격을 4조~5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 사례에서 시장가격은 낙찰가격인 10조5천500억원이지만 시장가치는 관련 업계가 예상한 4조~5조원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가격과 시장가치는 2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시장이 전형적인 불완전 경쟁시장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거래에서 결정된 시장가격이 시장가치와 일치한다고 속단하지 말고 항상 양자의 관계를 철저히 분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난 8월10일 국토교통부는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거래신고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집값 띄우기'는 부동산거래 신고제를 악용해 허위로 고가의 매매계약을 신고한 후 뒤늦게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일단 매매계약을 통해 시장가격이 결정돼 부동산시장에 알려지면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는 이를 시장가치로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매수희망자는 종전 시장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도 사려고 할 것이다. '집값 띄우기'는 매수 희망자의 이러한 경향과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장가격은 특정 부동산의 유용성에 대해 특정 거래 당사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협상한 결과다. 시장가치와는 괴리될 수 있으므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항상 인근 지역 내 다수의 거래사례를 비교·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부동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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