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주요 영화제들이 다양한 주제와 성격의 프로그램들로 차린 올해 상차림을 공개하고 손님 맞이 채비에 나섰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대구단편영화제'가 지난 23일 화려한 팡파르를 울린 데 이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줄줄이 막을 올린다.
![]() |
한 저널리스트의 알츠하이머 투병과정을 통해 칠레 민주화 운동을 들여다보는 '이터널 메모리'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축제의 방향성 및 전체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내달 14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개막하는 올 축제의 개막작은 칠레 저널리스트의 알츠하이머 투병과정을 담은 '이터널 메모리'다. 칠레의 민주화 운동의 열기를 기록했던 저널리스트가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노부부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면서 칠레의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부의 공헌, 그 시대의 유산이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묻는다.
올해 DMZ 영화제에서는 총 54개국 147편 (장편 83편, 단편 64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벌써 2년째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록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의 목소리와 작품을 소개하는 테마전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도 관심이 쏠린다. 또 지난해 47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故 이강현 감독의 대표작들을 상영하고, 여러 분야의 동료와 협력자들의 글을 모은 소책자 등도 발행한다.
![]()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쇼잉 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
올해 2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축제는 영화를 통한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여성영화인을 발굴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여성영화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한국여성감독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개막작 '쇼잉 업'은 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여성감독 중 한명인 라이카트의 작품이다. 굴곡진 서사나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지만 조심스럽게 퍼져나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근심과 걱정, 짜증과 불안이 연속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 예술활동을 이어나가는 한 여성 작가를 통해 삶과 예술을 반추하게 한다. 또 대구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남옥·홍은원 등 동시대에 활동한 한국 여성감독 1세대의 영화적 유산과 당대 여성영화 개척사를 돌아보는 특별전과 지난 1월 타계한 배우 윤정희의 추모상영전 등도 눈길을 끈다.
![]() |
올해 부산영화제는 최근 강력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영화 특별전을 마련한다.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가스퍼와의 하루'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공식일정에 들어간다. 올해 영화제는 축제를 코앞에 두고 집행위원장 등의 사퇴와 내부 고발 등으로 산통을 겪었다. 축제 조직위는 올해 축제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을 다음달 5일 공식발표하는 것에 앞서 몇몇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우선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가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주목할 만한 영화들을 다수 배출하며 강력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인도네시아 독립영화의 부흥을 맞이한 것은 물론 매년 유럽과 북미 주요 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수상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스크린 수의 확대와 함께 자국 영화 점유율이 과반을 차지하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올 부산영화제에서는 7편의 장편과 5편의 단편을 소개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