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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키즈 홈페이지 캡처〉 그래픽=장수현기자 |
고물가 시대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스스로 짠순이·짠돌이가 돼 가고 있는 요즘지만, 저출생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자녀를 왕자,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이른바 '골든 키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귀한 자녀를 정조준한 고가의 제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의류'는 그 중심에 있다.
◆명품 아동복 호황
갓 태어난 아이도 이젠 눈치보지 않고 명품으로 치장할 수 있는 시대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유아동복 시장의 성장과 방향성에 관심이 간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2천16억원(잠정치)으로, 출산율이 0.84명이던 2020년(9천120억원) 대비 약 32% 증가했다.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아동복 시장엔 계속 훈풍이 불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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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키즈의 패밀리룩 제품. 〈무신사 제공〉 |
조막만 한 아이를 위한 옷이지만 명품 아동복 가격은 상당하다. 한 해외 명품 브랜드 아동 관련 제품은 가격이 900달러(한화 119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예솔이의 퍼스트 구찌'와 비슷한 바디수트 제품들은 30만원대부터 1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물려줄 형제·자매가 없지만 부모들은 흔쾌히 지갑을 연다.
명품옷을 입고 어린이집·유치원을 등원하는 아이들도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10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최모(여·43·대구 북구)씨는 "10여년 전과 달리 요즘엔 아이들에게 명품 옷을 입혀서 등원시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부모들은 목걸이·팔찌 등 액세서리도 명품 브랜드 제품을 착용시킨다"고 귀띔했다.
◆패밀리룩의 등장
아이와 부모가 같은 스타일 또는 비슷한 느낌으로 옷을 맞춰 입는 '패밀리룩' '시밀러룩' 수요도 아동복 매출신장에 한몫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커머스 기업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론칭 1주년을 맞은 '무신사 키즈'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무신사 키즈는 아이 옷과 같은 디자인의 옷을 찾는 젊은 부모에게 스타일 콘텐츠와 제품 큐레이션을 제공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무신사의 '패밀리룩' 브랜드 거래액은 전체 키즈 패션 중 60%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이다.
패밀리룩의 시초는 2000년대 후반 미국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 케이티 홈즈 부부로 보는 시각이 많다. 케이티 홈즈는 딸 수리 크루즈에게 자신이 평소 즐겨 입던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 베이비 라인'을 입혔다. 이 때문에 같은 옷을 입고 찍힌 파파라치 사진이 화제가 되는 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최근 패밀리룩이 대세로 떠오른 건 MZ세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렌드처럼 된 '만혼(晩婚·나이가 들어 늦게 결혼함)'이 MZ세대에게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감을 안겨 주었고, 이들이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을 자녀를 위한 소비에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 윤나래(38·대구 수성구)씨는 "다른 가족이 같은 옷이나 비슷한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 너무 예뻐서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실제 원피스 등 자녀와 같은 제품을 구매해 봤다. 가족끼리 맞춰 입으니 기분이 좋더라"고 했다.
MZ세대의 새로운 문화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SNS 활용이 익숙하고 셀프 촬영이나 무인 사진관 등 새로운 유행을 이끄는 젊은 부모들이 패밀리룩에 열광한다는 것. 세 살 된 딸을 둔 박지영(32·대구 중구)씨는 "SNS를 보면 온 가족이 옷을 맞춰 입고 기념사진을 찍어 올린 걸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도 가족 기념일에 사진 촬영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 파는 시밀러룩 세트를 산 적이 있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

최시웅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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