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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유명 속담이 있다. 별것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이 말은 선현들의 경험이 농축된 삶의 지혜를 나타낸 말이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위대한 화가가 남긴 웅장한 작품도 처음에는 한 번의 붓질로 시작하듯이 아무리 막연한 일이라도 첫발을 떼야만 결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발을 뗀다는 것은 언뜻 보면 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도 신입 근로자로 직장에 입사해 '실무'라는 첫걸음을 떼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어려운 일이다. 신입 근로자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힘든 통과의례를 거쳐 입사하지만, 막상 직장에 첫발을 내디디면 지금까지의 노력과는 별개로 낯선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남다른 친화력을 가지고 일을 잘 풀어나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보통의 신입 근로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일·학습병행'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은 신입 근로자를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해 업무에 적응토록 하는 사업이다. 직장의 선배 근로자가 '선생님'으로서 교육을 주도하고, 실제 업무에 사용되는 매뉴얼을 교재로 신입 근로자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
일·학습병행 제도를 통해 신규 근로자는 실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실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선배 근로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한편, 일·학습병행 훈련을 종료한 뒤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평가를 통해 NCS 직무 자격증을 획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일회성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신규 근로자를 교육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등 다양한 지원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는 장기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된다. 기업에서 신입 근로자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로 일·학습병행을 도입한다면, 많은 이들이 천리 길을 앞두고 한 걸음을 못 떼는 불상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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