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한복의 메카 경북, 한복문화융성의 길라잡이가 되길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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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6 06:57  |  수정 2023-09-06 08:40  |  발행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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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와의 인연으로 적십자 대구지사를 통해 한복 100여 벌을 고려인동포에게 전달해 준 적이 있다. 한복을 입고서 모국의 숨결을 느끼고 그리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처럼 한복은 한식, 한옥, 한글 등과 더불어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잣대라 할 수 있다.
재작년 봄 경북 상주 함창명주테마공원 안에 전국 최초로 한국한복진흥원이 설립됐다. 공원에는 경북 잠사곤충사업장, 명주박물관이 있다. '삼백(쌀·곶감 ·누에고치)의 고장'으로 유명한 상주에 터를 잡은 건 한복의 주요 원단인 명주(비단)가 이 지역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함창 명주는 전국 생산량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100년 넘게 전통방식으로 명주를 생산하는 기업도 있다. 인근 안동은 안동포로 널리 알려진 삼베 주산지다. 이곳 역시 전국 생산량 중 4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영주(풍기)는 인견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이처럼 경북 서북부지역은 대한민국 한복 원료의 집산지다. 이곳엔 각각 안동포전시관과 인견전시관이 있다. 상주, 안동, 영주를 삼각 벨트로 하는 '한복델타특구'를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가 탄탄하다.


경북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한국한복진흥원에는 전시홍보관, 융복합산업연구관, 전수학교, 한복문화창작소 등이 있다. 하지만 대구는 물론 경북에서조차 한복진흥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가운데 한글, 한식, 한지, 한옥의 경우 다른 시도가 하드웨어를 선점했다. 문체부 소속 한글박물관과 한지문화산업센터,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한식진흥원은 이미 오래전 서울에 똬리를 틀었다. 전통 한옥마을은 경북을 비롯해 전국에 여럿 있지만 연간 1천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전주 한옥마을로 대변된다. 올초 전주는 한복창작소를 개관해 한복까지 가져갔다. 대전 또한 동구에 '한복마을'을 구상하고 있다. 한식진흥원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활동에 적극적이다. 11만 구독자에다 홈페이지에 유튜브 동영상을 800여 개를 올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용산의 한글박물관은 매일 입장객이 넘쳐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늘 5韓(한복·한옥·한식·한글·한지)을 강조하는 K-컬처 전도사다. 특히 한복사랑이 남다르다. 작년 지방선거 출정식과 당선 후 첫 간부회의 때 한복을 입었으며 평소에도 즐겨 입는다. 이 지사는 정월대보름, 단오, 한글날은 한복을 입고 간부회의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한복진흥원은 어쩌면 그 결과물이다. 문제는 콘텐츠와 홍보전략이다. 먼저 국회에 계류된 '한복문화산업진흥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공을 쏟아야 한다. 국내 한복제조업체가 10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만큼 법률제정을 통해 한복문화산업 관련 단체 지원·육성, 한복 착용 진흥·우대, 창업 및 제작 지원, 조세감면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복진흥원은 올가을 세계모자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모자를 통해 한복에 대한 관심을 끌어오겠다는 발상인데, 바라기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길 주문하고 싶다. 한복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위해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 아닌 생활 속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 개발과 한복문화·산업이 미래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북이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 100년 뒤에도 한복(韓服)은 중국의 한푸(漢服)가 아닌 대한민국의 복식이 되어야 하므로.
박진관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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