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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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1  |  수정 2023-09-11 07:39  |  발행일 2023-09-11 제12면

[행복한 교육]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7월18일에서 9월4일까지, 서이초등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떠나보내기까지 대한민국 교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교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이제 겨우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언제 있었나 싶을 만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이니 최소한 상식적인, 정상적인 교육 활동만큼은 보호되고 보장되면 좋겠다. 교사들은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더는 늦출 수 없다.

슬프게도 지난 60여 일 사이에 6명의 교사를 또 잃었다. 이를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만 보는 것은 오류이다. 이미 교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구조적인 모순이 학교교육을 왜곡해 왔고, 교사를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여기다 대고 49재를 앞두고,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의 슬픔에 교실을 지켜달라거나 중징계로 겁박하더니, 여당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지금의 상황이 일어난 원인을 신성한 교사를 노동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천박한 구시대 인식을 들이댔다.

정상적인 교실은 어떤 풍경일까? 교사의 전문성은 어떻게 드러날까?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 첫 단원에 영화 '우리들'(윤가은 감독, 2016년 제작)이 나온다. 국어는 국정교과서이니, 적어도 현재 고등학생까지 모두 본 영화이다. 영화는 외톨이 선이 여름방학 동안 전학생 지아를 만나 친해지고 비밀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지아가 학원에 다니면서 보라와 친해지고 이간질하는 보라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한다.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은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교실에서 대판 몸싸움까지 벌이고 다친다. 선과 지아는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로 끝난다.

아이들도 인정하는 명대사는, 선이 연우와 싸우고 온 동생에게 너도 때리고 놀지 말라고 꾸짖자 "그럼 언제 놀아? 연우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우가 때리고, 그러면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이다. 이 영화를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교권침해에 빗대보면 영화 속 교실은 벌써 개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는 부모끼리의 갈등, 악성 민원, 형사고발 등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갈등하고 아파하고 싸우면서 성장하며 우정을 쌓고 우리가 된다.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같이 영화를 보거나 줄거리를 들려주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는 숙제를 냈다. 많은 엄마가 영화와 같은 경험을 들려주었다. 영화를 공부하면서 반 아이들에게 아동문학가이자 놀이터디자이너인 편해문 작가의 말을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아이들은 작고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들은 아이들은 정작 큰 위험이 닥칠 때, 아무것도 방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고, 체험하고, 그러다 갈등하고 싸우기도 하다가 다치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나? 세상살이가 험난하다. 아이들은 험난한 세상과 싸우며 견디고 이기며 성장해야 한다.

나는 '교실 밖은 위험해'라는 교사들에게 과감하게 교실 밖으로 나올 것을 권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그러다가 다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걱정이 많다. 아이들을 놀게 하지도 못하는 학교는 정상적이지 않다. 교실에서 교과서 지식만 배우게 만드는 책상머리 교육으로는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아동학대이고 폭력이다. 관계를 맺으려면 다양한 체험장면에서 만나야 한다. 그래야 나의 장점과 관심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친구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생긴다. 교과 점수나 수업이나 방과 후, 학원에서 만난 것만으로 친구를 알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건 교사와 학생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들도 다양한 수업을 디자인하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교사들끼리만 교류해서는 안 된다. 학교 밖 수많은 전문가와 협력하고, 마을과 시민사회와 친해져야 한다. 이렇게 쌓아둔 전문성을 초등학생에게 딱 맞도록 수업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초등교육 전문가가 되려고 더 노력한다. 가능하면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교사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해져야 교육도 다양해진다. 이걸 보장해 주어야 학교교육의 질이 높아진다. 교사들이 먼저 더 많이 꿈을 꾸어야 아이들을 꿈꾸게 할 수 있다. 이걸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교사 스스로가 만들어 내야 한다.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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