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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칠성 개시장. 손님이 없어 적막한 모습이다.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
"우리도 더 이상 미련이 없습니다. 보상만 이뤄지면 오늘도 나갈 수 있어요."
15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칠성개시장은 적막했다. 주인·직원이 가게 앞에 나와 손님을 기다렸지만, 안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평소 칠성개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국모(여·80)씨는 "나한텐 개고기가 소·돼지와 다르지 않다. 먹을 사람만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으면 될 걸 왜 굳이 막으려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개 식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전국 유일 개 시장'인 칠성개시장도 결국 폐쇄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칠성개시장은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렸으나 나머지 두 곳이 폐쇄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식용개 시장이다.
이날 '개 식용 금지 법안' 추진 소식을 접한 상인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개 식용 논쟁에 이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탓이다. 이번 입법이 오히려 후련하다는 상인도 있었다.
한때 골목 내 50여곳에 달했던 보신탕 및 건강원은 현재 13곳만 남았다. 남은 상인들도 따가운 시선에 어디 가서 보신탕 장사를 한다는 말도 못 하는 실정이다. 이를 증명하듯 가게 앞 간판마다 '개'나 '보신탕'은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심지어 시민단체의 잦은 신고 탓에 경찰서 출입은 일상이라고 털어놨다.
상인들은 언제든지 장사를 멈출 생각이 있다고 했다. 단, 지자체의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다. 앞서 2018년 성남 모란시장, 2019년 부산 구포시장 상인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고 문을 닫았다. 현재 남아 있는 상인들은 기약 없는 대구시의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
50년 넘게 골목을 지켰다는 가게 업주 A씨는 "수년 전에 대구시 관계자들이 찾아와 보상해주면 나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며 "당시에도 보상만 해주면 당장 나갈 수 있다고 서명도 했는데, 이후 감감무소식이다"고 했다.
A씨는 "햇수가 늘수록 손님이 줄어 언젠가는 문을 닫아야 할 시점이 온다고 생각해 왔다"며 "남아 있는 상인들도 당장 생업을 멈출 수 없어 장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개식용 입법화로 보상 계획 논의도 빨라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이승엽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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