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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의 시인.<영남일보 DB> |
대구문인협회장을 지낸 도광의 시인의 문학강연이 지난 16일 경산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가 주관한 이날 문학강연에서 도 시인은 '고향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를 주제로 고향 경산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다소 역설적인 강연주제지만 도 시인은 여전히 자신의 내면 속에 깊이 자리한 것은 고향 풍경이며 그것이 작품의 원천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고향을 말할 때마다 고향은 늘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강물은 또랑물이 되어 흐르고 있고, 발가벗고 놀던 냇가 우뚝한 바위는 작은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호랑이가 칡 덤불 속에 낮잠을 자고 있다는 계전동의 달음산은 200m도 안 되는 야산에 지나지 않았다"며 "그래서 고향은 늘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기에 이제는 고향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향 풍경은 그리움이라는 영감의 원천이다. (고향)길에는 정겨운 마을 이름들이 늘어서 있고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미세한 그들만의 숨결을 들을 수 있다. 까맣게 익은 열매를 달고 거름 무더기 옆에 자라는 까마중 같은 마을 사람들의 구수한 얼굴과 살 냄새… (그 숨결을 들을때마다)가던 길을 멈추고 홀로 서서 한 편의 시를 쓴다"고 덧붙였다.
도 시인은 또 고향 앞에서는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술이 취해 밤늦게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방죽이 있고 강물이 흐르는 숲이 있고 측백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면사무소가 있는 고향을 생각한다"며"그럴때면 어린 날로 돌아가게 되고 유년의 땅에 돌아오면 누구나 지난날의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게 해 준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도 시인은 "고향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고 나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었을까.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그리워했던 고향은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 '고향의 봄'의 이원수 시인도 '향수'의 정지용 시인도 고향을 노래했지만, 언젠가는 장편 서사시로 고향을 노래해 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도광의 시인은 196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72~7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갑골길' '그리운 남풍' '하양의 강물' '무학산을 보며' '합포만 연가' '고향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가 있다. 대구문인협회장과 한국문입협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대구문학상, 대구시문화상, 예총예술문화상, 국제펜대구아카데미문학상, 소월문학상, 도동문학상, 한국문학상, 창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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