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를 매개체로 대상의 형태에 집중하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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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3 16:43  |  수정 2023-10-03 16:42  |  발행일 2023-10-05 제14면
갤러리 전 10월14일까지 이상민 작가 초대전 '사물의 보이지 않는 진실'展
1cm 두께 독일산 판유리 음각하며 '비물질성'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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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백자청화운룡문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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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작가

"유리 작업을 통해 물질의 본질에 다가가려 했습니다."

갤러리 전은 오는 14일까지 이상민 작가 초대전 '사물의 보이지 않는 진실'展(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를 매개체로 대상의 형태에 오롯이 집중한 작품 21점을 만날 수 있다. 독일산 판유리 뒷면을 인그레이빙(판화의 한 기법) 방식으로 연마해 조선백자, 달항아리, 그릇 등 '기(器)'를 표현했다. 전통적 소재인 '기'와 현대적 재료인 '유리'가 만나 정적이면서 모노크롬(한 가지 색깔만 사용하는 그림)화를 연상케 하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조각, 부조, 회화가 혼재된 작품이다. 눈에 보이는 그릇의 형상은 세밀하게 가공된 유리의 표면을 통과한 빛의 변형일 뿐이다. 그의 작품은 지루할 틈이 없다. 빛의 방향과 굴절에 따라 대상의 모양이 변하고, 입체감마저 돋보인다. 형태는 있지만 실체는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 속에 드러난 형상들은 그릇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유리와 빛 그림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프랑스에서 유리를 공부한 이 작가는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 방문 당시 중국 도자기의 모습을 통해 그릇의 자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도공이 그릇을 빚는 과정이 '물질성'에 집중한 것이라면, 이 작가는 그릇의 형태가 지닌 '비물질성'에 관심을 두었고 현재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주었다.

작업은 그라인더에 인조 다이아몬드 날을 달아 연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고도의 집중력과 주의가 필요하다. 열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물을 뿌려가며 작업한다. 쌀을 도정하듯 유리를 벗겨내고 융으로 표면을 닦아 마무리한다. 1㎝ 두께에 불과한 판유리를 최대 8㎜ 깊이까지 연마하는 고단한 과정을 통해 작품이 탄생한다.

이상민 작가는 "냄새와 파장 역시 형태가 없지만 우리는 이것을 기억한다. 유리 작업을 통해 비물질성에 대한 기억을 담아내려 했고 그릇 역시 비물질성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소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보이지 않는 아우라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림자야말로 비물질성이 바라보는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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