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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부동산과 국가부채. 이게 뭘까. 문재인 정부의 2대 실정(失政)을 웅변하는 키워드다. 문 정부 5년간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올랐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 나랏빚도 엄청 늘었다.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부채는 2021년 말 1천69조원으로 불어났다. 순증액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351조원보다 많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36%에서 49.7%로 높아졌다. 방만 재정운용의 후과다. 5년 새 공무원 인건비만 연간 9조원 늘었다니….
윤석열 정부는 결이 다르다. 건전재정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을 2005년 이후 최저인 2.8%로 결정했다. 재정준칙 도입도 서두른다.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한다. 이른바 '3% 룰'이다. 문 정부가 2020년 입안했던 재정준칙보다 단순하고 빡세다. OECD 38개국 중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윤 정부가 빛의 속도로 늘어나던 나랏빚에 제동을 건 셈이니 상찬할 만하다. 한데 엉뚱한 데서 샌다. 멀쩡한 민방위복 교체가 일례다. 왜 바꿨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청록색이 더 세련돼 보여서? 민방위복은 재난상황에 입는 옷이다. 숲속이나 바다, 어두운 데서도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이 청록색보다 더 적합하다.
행정안전부는 기존 민방위복이 방수 및 난연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는데 색깔을 바꾸지 않고도 새 제품의 기능을 개선해 나가면 될 일 아닌가. 민방위 복제 개편을 위한 회의가 14번이나 열렸는데도 회의록이 없다? 석연찮다. 괜히 교체 배경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돈이 새는 곳이 이뿐이랴. 대통령실 용산 이전비용은 기하급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이전을 밀어붙일 때 "이전비용이 496억원"이라며 "다른 문제는 없다"고 흔쾌히 말했다. 그런데 웬걸. 496억원은 이제 왜소해 보인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밀려난 합참 이전에 투입되는 예산만 수천억 원에 이른다. "합참 이전 비용을 2천억~3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합참이 국방부에 제시한 이전비용은 2천393억원이다. 합참은 2026년까지 과천 남태령으로 옮겨간다.
영빈관 같은 난제도 불거졌다. 뜨끔한 여론에 신축 계획을 철회했지만 청와대로 돌아가지 않을 요량이라면 영빈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신축비용 878억원은 언젠가 집행돼야 할 예산이다. 용산 대통령실 사이버안전관리시스템 구축과 통합검색센터 신설에 들어간 비용이 74억원이다. 윤 대통령이 5년 내내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통통제와 경찰인력 동원 등 기회비용이 만만찮아서다. 용산 대통령 관저 신축이 불가피하단 의미다. 새 관저 건축엔 또 얼마를 써야 할까.
정부가 비영리재단법인 '청와대 재단'을 신설할 모양이다. 청와대 관리 및 운영, 공간 활용사업, 문화재 보존연구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재단 설립 비용으로 330억원을 책정했다. 청와대 리모델링에도 2년간 176억원이 투입된다.
대통령실을 이전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절감할 수 있는 예산들이다. 굳이 어공(어쩌다 공무원), 늘공(늘 공무원)을 따진다면 대통령은 임시직 어공이다. 5년 기한의 임시직이 백년대계 국가 중대사를 독단으로 결정한다? 국민은 그런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과 관련한 추가 비용이 불어날수록 졸속 이전이란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논설위원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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