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실효성 제고, 실천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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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5  |  수정 2023-10-05 06:55  |  발행일 2023-10-05 제23면

학부모 갑질 등을 이유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갑질이 사회적 병폐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유리한 위치를 악용, 자신의 방침을 따르게 하는 갑질문화는 알게 모르게 사회 곳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반대인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주로 민원인이 업무담당자에게, 손님이 가게종업원이나 주인에게, 학부모가 교사에게 행한다. 선을 넘는 요구에 멘탈이 나가기 일쑤고, 조직이나 상사는 보호는커녕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은 외롭고 힘든 상황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한다.

이 같은 처지의 근로자들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시행된 지 5년이 흘렀으나 직장인 30% 정도는 '이 법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응답자의 60% 정도는 관련 법이 있음에도 불구, '갑질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은 회사나 기관이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 및 전환이나 휴식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상급자나 관리자들의 실천의지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데 있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꺼리고 실무자나 하급자들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갑질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수준도 관리자급보다 실무자급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방조치와 함께 사후 보호조치에 관심을 갖고 갑질에 대처해야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근로자의 안정성은 조직발전은 물론, 건전한 조직문화와 건강한 사회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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