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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문화부 선임기자 |
최근 세계적 명성의 유명 화가를 만난 적이 있다.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거장과의 만남은 늘 설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작품세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기사화해야 한다는 걱정 탓에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했다.
그동안 사회부, 경제부, 체육부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며 베테랑 기자로 거듭나려 노력 중이지만 문화부 미술 담당 경력은 1년 차에 불과해 예술에 대한 통찰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걱정도 앞섰다.
대학 학부 시절 '미술의 이해'란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고대 그리스와 중세 및 르네상스 미술에 대해 잠시 배웠지만 최근 미술시장의 주류인 현대미술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이유로 기자는 그동안 다양한 전시를 직접 관람하며 초보 미술기자 명찰을 떼어내려 애쓰는 중이다.
그러던 중 이뤄진 한 화가와의 만남은 매우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해당 화가는 기자와의 대화 중 자신의 작품에 대한 명확한 세계관을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적 언어를 통해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의 설명은 추상적 언어로만 일관했던 일부 작가들과 달리 전혀 어렵지 않았다. 미술 비전공자로서 현대추상미술의 해석에 대한 막연한 상상만을 해왔던 기자는 눈앞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을 받았다.
해당 작가를 통해 인문학적 통찰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게 됐다. '아름다움'이라는 진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세상의 변화와 통섭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 화가라는 명성과 상관없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쉽고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거장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다채로운 예술의 세계에서 기자의 단상은 경력 반년짜리 미술 담당 기자의 편협된 생각이자 무지의 결과일 수 있다. 본인의 작품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블루칩 작가들의 경우 작품의 완성도만큼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거창한 철학 없이도 인상적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마추어 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좋은 작품의 이면에는 예술가 본연의 능력과 더불어 그 예술세계를 떠받치는 정신세계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11월2일부터 5일까지 국내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Diaf 2023(대구국제아트페어)'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작품의 상업적 성공이 예술성과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전 세계 100여 곳의 갤러리가 엄선한 1천여 명의 작가가 4천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기에 눈길이 간다. 경기불황 탓에 Diaf가 얼마나 흥행할 것인지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젊은 블루칩 작가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갤러리 관계자들의 전언은 Diaf의 흥행을 기대하게 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출품되기에 수많은 컬렉터들의 관심이 대구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 오르기만 하는 물가와 금리, 해외에서 들려오는 분쟁 소식 등 힘겨운 이야기들만 주변을 감싸고 있어 여유를 찾기 힘든 분위기다. 하지만 완연한 가을,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들러 예술의 향기를 느끼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여러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며 심미안(審美眼)을 키워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임훈 문화부 선임기자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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