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미성년자 흡연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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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9 06:46  |  수정 2023-10-19 06:56  |  발행일 2023-10-19 제23면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저서에서 "나이 어린 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쁜 짓이다. 무엇보다 어른과 맞담배를 하는 것은 도리에 크게 어긋난다"고 했다. 애연가로 알려진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도 어른과의 맞담배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해동역사'를 쓴 실학자 한치윤(韓致奫·1765~ 1814)은 "양반에서부터 부녀자, 어린아이, 노비까지도 담배를 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대 이옥(李鈺·1760~1813)이 지은 담배 백과사전 '연경(煙經)'엔 '어린아이가 긴 담뱃대를 입에 물고 피운다. 가끔씩 이 사이로 침도 뱉는다. 가증스럽다'라고 적혀 있다. 17세기 중반 조선에 표류한 헨드릭 하멜의 '하멜 표류기'에도 '조선에선 어린아이도 담배를 피운다'는 글이 있다.

이처럼 담배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남녀노소의 '최애 기호 식품' 가운데 하나였다. '담배를 피우면 숙취(宿醉) 해소에 좋고, 식후 소화도 잘된다'는 소문이 나 한방 약초로까지 여겨졌다고 한다.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묻지도 않고 권했을 정도다. 후한 '담배 인심'이 이유 없이 생겨난 게 아니다. 다만, 조선 시대 때도 지금처럼 '미성년자 흡연'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각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나라가 나서서 금지하지는 않았다. 최근 영국 정부가 '청소년 흡연'과의 전쟁에 나섰다. 담배 구입 연령을 해마다 1년씩 높여 미래 세대는 성인이 돼도 아예 담배를 살 수 없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청소년 흡연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허투루 넘길 뉴스가 아니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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