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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 서울 정치부장 |
'흑묘백묘(黑猫白猫)'라는 말이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말이다. 지금의 정치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당수 국민은 민생경제만 되살릴 수 있다면 어떤 정당이든 어떤 총선 후보든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때 아닌 '도로 영남당'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한 후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로 인해 당 사무총장 등 임명직이 일괄 사퇴했다. 하지만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이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되자, 대구경북(TK) 출신이란 이유로 김기현 2기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또 TK 출신 사무총장은 당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 심지어 이대로라면 김기현 체제가 위험하다는 발언까지 나온다. 당 혁신과 거리가 먼 지역 편중 인사라는 것이다.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수도권에 신임 사무총장을 맡을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21석 중 16석에 불과하다. 이 중 초선을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 의원 수는 8명으로 줄어든다. 4선 권영세(서울 용산구)·김학용(경기 안성)·박진(서울 강남구을)·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 3선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구갑) 의원 등이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전·현직 국무위원이거나 나름의 큰 정치를 꿈꾸고 있다. 반면 TK는 국민의힘이 전체 지역구 25석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인적 구성만 보더라도 TK에서 인물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수도권 출신 의원이 사무총장이 되면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고, TK 출신이 하면 '퇴행'이라는 생각은 비약이자 편견이다.
국민의힘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누가 사무총장이 되느냐보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인재를 영입해 수도권 민심에 부흥할 수 있느냐이다. 정치인들은 수도권 선거에 대해 바람만큼 중요한 것이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얼마나 국민이 원하는 인물을 수도권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은 판가름 난다. 이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모든 정당의 숙제일 것이다. 대선 등 주요 정치 현안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국민의힘 지도부는 TK를 찾아 보수의 심장이 도와줘야 한다며 목청을 높인다. TK를 시작으로 한 보수 결집은 결국 들불처럼 번져 전국을 휘감기 때문이다. 보수에게 있어 TK는 필요불가결한 존재다. 이런 지역에서 사무총장이 나왔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만약 지난 21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수도권에서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 총선에 임했다면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의 초라한 상황이 일어났을까. 또 '도로 영남당'이란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되묻고 싶다.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수도권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 보수의 심장 TK 민심은 우리 지역이라고 우대하고, 다른 지역이라고 비토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좋은 인재가 나오고 그가 더 큰 꿈을 품는다면 지금처럼 아낌없이 도와줄 것이다. 더 이상 신임 사무총장을 흔들 것이 아니라 당의 혁신과 변화, 수도권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는 혁신안과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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