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수능 반수생 역대 최다, 再修 권하는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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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4  |  수정 2023-10-24 06:50  |  발행일 2023-10-24 제23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가운데 대학에 적을 둔 채 재수하는 이른바 '반수(半修)생'이 9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됐다. 종로학원이 추정한 2024학년도 수능 반수생은 8만9천642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2023학년도보다 8천526명 늘어난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의대 선호와 정부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영향이 크다. 향후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될 경우 반수생은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 교육이 과연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건지, 한편으론 무거운 마음이 든다.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반수생을 포함한 n수생 비중은 35%로 28년 만에 가장 높다. 입시 판도가 흔들릴 개연성이 크다. 상위권대 학생은 의대 진학을 위해, 이참에 중하위권대 학생은 상위권대 일반 학과로 옮겨타기 위해 반수에 나선다. 학생들 사이에선 '의대생 또는 명문대생만 된다면 재수·3수, 심지어 4수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킬러 문항이 안 나오니 '의대·명문대 합격'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여긴다. 학생들의 생각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개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선택을 그 누구도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반수생 증가는 입시와 별도로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다. 학생은 한 번의 반수를 위해 수백만 원의 생돈(대학 등록금)을 넣어야 한다. 그것뿐이랴. 반수에 드는 학원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해 반수생이 10만명에 이를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러고도 현 대학 교육이 정상 궤도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반수가 통과의례처럼 고착화되면 '대학생 입시 낭인'을 양산할 우려가 크다. 대학은 겉만 멀쩡할 뿐 안으론 파행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결코 반수를 권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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