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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 '붓질 : Brushstroke-z'<청도박물관 제공> |
'숯의 화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배 작가의 기증 유물 특별전 '어느 화가의 고향으로 초대'展(전)이 내년 2월18일까지 청도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청도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청도 출신 이배 작가가 100여 점의 소장 유물을 청도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마련됐다.
기증 유물들은 고려시대 청자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 철화백자, 청화백자, 백자 달항아리와 조선시대 명재 윤증의 초서 병풍, 추사 김정희 시고 현액을 비롯해 위창 오세창, 석재 서병오, 소전 손재형의 10폭 병풍, 해강 김규진, 소호 김응원의 족자, 청전 이상범의 '추림유거', 소정 변관식의 사계 산수 등 112건 124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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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이배 작가의 기증유물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임훈기자> |
특히 조선 후기 학자 명재 윤증(1629 ~ 1714)의 초서 병풍에 눈길이 간다. 8폭의 작품 중 한 폭에는 윤증의 종질이자 문하였던 윤지교가 윤증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 작품이 후손에게 전해져온 내력을 작은 글씨로 써놓았다. 작품은 초서에 뛰어났던 종숙 윤순거의 영향을 받은 듯 자유분방한 운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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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의 초서 병풍.<청도박물관 제공> |
추사 김정희가 중국 원나라 예찬이 자신의 그림에 직접 쓴 제화시 내용을 옮겨 쓴 행서 글씨도 돋보인다. 예찬의 제화시 뒤로는 청나라 시인 주이존이 예찬의 그림을 보고 지은 칠언절구의 내용을 연이어 옮겨 적어놓았다. 그림의 맨 끝에 '정희(正喜)'라고 새겨진 인장이 찍혀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배 작가의 신작 '붓질 : Brushstroke-z'와 '붓질 : Brushstroke-N' 두 작품과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함께 전시한다. 두 작가는 장르를 넘어 우리의 고전 옛 도자기에 그윽한 예술적 영감을 공감하며 교류해왔다. 회화와 도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거장이 함께하면서 한국적 미감이 세대를 넘어 현대미술로 환원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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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북 청도박물관에서 '어느 화가의 고향으로 초대'展(전) 전시 개막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배 작가(사진 오른쪽 네 번째)와 참석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준비하고 있다.<임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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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 작가가 '어느 화가의 고향으로 초대'展(전)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임훈기자> |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이배 작가의 남다른 안목이 반영된 기증품은 청도박물관의 면모를 일신할 유쾌한 사건이다. 이배의 아름다운 기증이 청도군민은 물론 청도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안도감, 행복과 같은 감정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배 작가는 지난 26일 청도박물관서 열린 전시 개막 행사에서 " 50년 만에 고향 분들과 만나게 돼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이 향한 곳, 내 삶을 버텨 온 힘의 근원이 청도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관람료 무료. (054)370-2280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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